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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백악관 예산국장에 탠던 지명…공화당 “방사능처럼 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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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 트윗으로 여야와 다 충돌

“신경 쓰였는지 트윗 1000개 삭제”

공화당 “최악 인선” 인준 진통 예고

바이든, 옐런 재무장관 등 공식지명

‘최초’라는 수식어가 끊이지 않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정부 관료 인선에 암초가 등장했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 급진파에서도 마뜩잖은 반응을 보이는 인물을 요직에 지명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조 바이든의 경제팀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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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인사는 바이든 인수위가 30일(현지시간) 백악관 관리예산국(OMB) 국장에 지명한 인도계 여성 니라 탠던(50) 미국진보센터(CAP) 대표다. OMB 국장은 부처 간 정책과 예산을 조율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자리다. 인수위는 탠던에 대해 “일하는 가정을 지원하고, 불평등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주도하고 설계한 경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탠던은 인도에서 이민 온 부모가 다섯 살 때 이혼해 싱글맘 손에 컸다. 식량 배급표로 끼니를 때우고 저소득층 주거시설에서 생활한 경험이 국민의 존엄을 지켜주는 경제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임명이 확정되면 그도 최초라는 기록을 세운다. OMB 국장에 오르는 첫 유색 인종 여성이자 첫 남아시아계 미국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원 인준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탠던은 자주 공화당 진영과 충돌했고,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은 탠던의 당파적 성향 때문에 상원 인준 과정에서 공화당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수진영에선 특히 탠던이 그간 트위터 등을 통해 공화당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걸 문제삼는다. 텍사스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존 코닌은 지명 소식에 대해 탠던을 “방사성 물질처럼 독성이 있다”고까지 했다. “바이든 최악의 인선”이라면서다. 일례로 탠던은 지난 10월 공화당 다수의 상원이 에이미 코니 배럿연방대법원 판사에 대한 인준안을 처리했을 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에 대해 “민주주의를 깨부셨다”고 했다. 올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됐을 때는 “상원이 헌법에 등돌리고 외국 세력(러시아)의 선거 개입 범죄에 눈감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성명을 내고 매코넬 대표를 ‘모스크바 미치’라고 부른 트윗을 리트윗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탠던도 이를 마음에 뒀는지 지난 2주 간 1000개 넘는 트윗을 삭제한 것 같지만, 이는 공화당원들의 악감정에 오히려 더 기름을 부었다”고 했다. 내년 1월 조지아주 두 곳의 결선 투표 결과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유지할 경우 탠던에게는 험난한 청문회가 예상된다.

탠던은 급진파인 버니 샌더스 진영과도 충돌하는 등 내부에도 적이 많다. 그가 이끈 미국진보센터가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기부를 받은 걸 문제 삼는 이들도 있다. 특히 그는 2016년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보좌하며 샌더스 쪽과 골이 깊어졌다. 샌더스의 전 대변인인 브리아나 조이 그레이는 탠던 지명에 대해 WP에 “진보진영과 화해하자는 뜻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인수위는 이날 재닛 옐런(74)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재무장관에 공식 지명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는 세실리아 라우스(56)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스쿨 학장을 임명했다. 인수위는 “미국인 한 명 한 명이 모두 성공하도록 공정한 대우와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경제를 창출하는 것”을 경제팀의 임무로 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는 안전망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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