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사설] 국회에서 11년만에 증액된 내년 예산, 여야 퍼주기 경쟁 걱정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야가 정부안보다 2조2000억원 늘린 55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하고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예산이 정부안보다 순증한 것은 2010년 예산 이후 11년 만이다. 정부안도 역대 최대 '슈퍼 예산'이었는데 국회에서 '송곳 검증'은커녕 불어나면서 '슈퍼 울트라 예산'이 됐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야 간 예산 퍼주기 경쟁은 극에 달했다. 재난지원금 3조원과 코로나19 백신 예산 9000억원이 증액되면서 국회에서 불어난 예산이 7조5000억원에 이른다. 한국판 뉴딜 사업 등 5조3000억원이 감액됐지만 결국 국회에서 순증되는 결과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경제성 평가가 부실한 지역구 사업도 대거 포함돼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위기 상황인 만큼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여야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을 퍼주는 등 포퓰리즘 행태를 보인 것은 한심하다.

결국 순증된 2조2000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게 됐다. 올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국가 재정은 한계에 다다랐다. 정부가 4차 추경을 발표하며 제시한 올해 말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43.9% 수준인 846조9000억원이다. 엄격한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고는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국가채무 적자를 GDP의 60% 이내,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2025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나랏빚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자 지난달 30일 재정준칙 도입 근거가 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슬그머니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 재정준칙은 한도를 넘어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많고, 시행령 위임 내용이 많아 '맹탕 준칙'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준칙으로 재정건전성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라 곳간은 바닥났는데 국회는 포퓰리즘에 젖어 있고 정부는 재정준칙마저 시늉만 하고 있으니 실로 걱정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