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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16억인데 우린 4억…로또전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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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겨냥한 장기전세주택

싸게 오래 살며 청약가점 쌓아

11·19 전세대책서 부활했으나

재정부담, 금수저 지원 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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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국 주택 전셋값이 7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사진은 전·월세 매매 안내문이 게재된 서울의 한 부동산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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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신도시인 위례신도시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년 입주 예정인 김모(52)씨. 경쟁률이 50대 1을 넘었지만, 김씨는 15년 이상 무주택자로 자녀 둘을 둬 청약가점 69점으로 당첨됐다. 당시 분양가와 지금 주변 시세는 10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그는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장기전세주택’에 살다 보니 오랫동안 무주택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또 분양’ 당첨의 발판이 된 장기전세주택에 김씨는 2008년 입주했다. 당시 1억2000만원대였던 전세 보증금은 현재 1억6000여만원이다. 12년간 30% 올랐을 뿐이다. 김씨가 사는 집과 크기가 같은 주변 아파트의 보증금 시세는 5억원 선이다.

전셋값이 급등하고 분양시장의 로또가 커지면서 ‘로또 전세’가 주목받고 있다. 집값이 치솟던 2007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 맨 처음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다. 공급이 끊길 뻔하다가 정부가 지난달 전세대책에서 이와 유사한 ‘중형임대’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장기전세주택 정책은 이명박 정부가 넘겨받아 2009년 법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중산층을 겨냥해 집 크기를 60㎡(이하 전용면적) 초과로 넓혔고 주변 시세의 80% 이하에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전세형 임대주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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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세주택 전세보증금과 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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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급한 2007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80% 뛰는 동안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은 2년에 5% 정도씩 30% 넘게 오르는 데 그쳤다. 2009년 2월 3억원에 들어간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 장기전세주택 세입자의 보증금은 지금 4억1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이 아파트 같은 크기의 일반 전셋값은 3억9000만원에서 16억원으로 치솟았다.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이 주변 시세의 반의반 값인 25%로 13억원 저렴한 셈이다.

2015년 5억6000여만원에 들어간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59㎡ 장기전세주택 세입자가 현재 6억원에 살고 있다. 같은 크기 전셋값이 13억원까지 거래됐다. 2013년 초 2억원에 공급한 강남보금자리지구 59㎡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이 지금 2억2000여만원이다. 같은 지구 59㎡ 일반 전셋집의 최고 거래금액이 7억2000만원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장기전세주택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전셋값 걱정 없이 살면서 청약가점이나 청약저축 납입액을 쌓았다가 ‘로또 분양’을 받아 나간 세입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로또 전세’의 이면은 복잡하다. 장기전세주택 공급은 당초 의욕과 달리 급감했다. 2008년 9월 이명박 정부가 “장기전세형 주택을 서울 등 도심에 10만 가구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에 지난해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어서 공급한 물량이 2만7000여 가구다. 재건축 매입형을 합치면 3만 가구다. SH가 지은 장기전세주택 공급은 2017년 이후 거의 끊겼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강남·서초·고양원흥 보금자리지구와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 등에서 1900가구만 공급했다.

이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하다 보니 관련 공공기관이 떠안게 된 빚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SH에 따르면 누적 적자액이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장기전세주택에 대한 국고 지원이 없는 데다 적자와 함께 공공기관 부채비율이 올라가 부담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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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용 중형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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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19 전세대책에서 도입하기로 한 중형임대도 이처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전세대책에서 60~85㎡ 중형임대를 2023년까지 3만3000가구, 2025년 이후 연간 2만 가구씩 공급하겠다고 했다. 소득 기준을 중위소득 130%에서 150%로 완화한다. 맞벌이 신혼부부는 180%까지 가능해 연 소득 1억원도 자격이 될 전망이다.

임대료를 소득과 연계해 주변 시세 대비 임대료 비율을 중위소득 100~ 130%는 80%, 130~150%는 90%로 책정한다. 임대 가능 기간이 현행 장기전세주택보다 10년 더 늘린 30년이다.

서민 주거안정에 집중해야 할 나랏돈을 중산층으로 확대하면 서민이 피해를 보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중산층을 포괄하는 정부의 중형임대 도입으로 주거 취약계층 임대 물량이 줄어서는 안 된다”며 “전체적으로 임대주택 물량 확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산층이 저렴한 전셋집에서 청약가점 등을 쌓아 로또 분양을 받으면 ‘이중 특혜’라는 비판도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임대주택을 한꺼번에 공급할 수 없어 일부가 로또식 혜택을 독점해 사회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용 임대주택은 공공이 개입하기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 기존 민간임대주택제도를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공공은 서민 주거안정에 주력하고 중산층을 흡수할 수 있는 임대주택은 민간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가 전셋집 지원과 ‘금수저’논란도 불가피하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등에서 84㎡ 전셋값이 20억원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중위소득 130~150%에게 주변 시세의 90%로 임대하면 보증금이 18억원인 셈이다. 18억원을 보증금으로 낼 능력이 있는 계층에 정부가 지원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중산층 수요가 많은 도심에 얼마나 많은 양을 공급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한 선도사업장 6곳에 서울 도심은 들어가 있지 않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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