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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란 고위장성 시리아서 폭사” 배후는 또 이스라엘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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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언론들 “핵과학자 암살 다음날

무기 싣고 국경 넘다 드론공격 당해”

이란 외교부는 “가짜뉴스다” 부인

바이든은 정보 브리핑 받기 시작

중앙일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란 군 장병들이 테헤란에서 열린 핵 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의 장례식 행사에서 운구하고 있다. 파흐리자데는 지난달 27일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란은 그를 ‘순교자’로 부르며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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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의 사령관급 장성 한 명이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드론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1일(현지시간) 하레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과 아랍권 매체에 따르면 드론 공격을 받아 사망한 이란의 장성은 무슬림 샤단이다. 그는 경호원들과 함께 차에 무기를 싣고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넘어가다 공격당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라크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과 경호원 3명이 드론 공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공격은 지난달 28일 늦은 오후나 29일 새벽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는 지난달 27일 테헤란 인근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파흐리자데 사망에 당장 “이스라엘에 의한 테러”라며 반발한 이란 정부는 이번에는 보도된 내용 자체를 부인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 등은 사이드 카티브자데 이란 외교부 대변인이 1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보고된 사항이 없다. 가짜 뉴스에 가까운 것 같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의 말대로 보도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설령 사실이라 해도 이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시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다. 사건 발생 장소가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라 이란 영토가 아닌 데다 보도대로라면 해당 장성은 내전 중인 시리아로 무기를 밀반입하는 중이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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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사가 사실이라면 외신들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스라엘은 수년 간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이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에 힘을 실어주며 영향력을 강화하는 걸 견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9일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란의 시리아 주둔에 대해 필요한 만큼 단호한 조처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을 겨냥한 다양한 공격이 미국의 정부 교체기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란 핵합의를 복원해 트럼프 행정부가 엉망으로 만든 미·이란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동 전략에 깔린 원칙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란을 적으로 삼고 있는 이스라엘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거물 제거 작전을 미국의 동의 없이 연이어 감행하진 않을 것이란 지적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란과 미 차기 정부 간의 핵 합의 등 화해 분위기를 저지하기 위해 조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전까지 이란을 자극하는 크고 작은 공격들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일련의 이란 공격 사건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30일부터 델라웨어주 월밍턴의 자택에서 ‘대통령 일일 정보 브리핑(PDB·President’s Daily Brief)’을 받기 시작했다. PDB는 미국 대통령이 매일 보고받아야 하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정보를 정리해 놓은 문건으로 주요 기밀과 극비사항이 포함된다.

이란 관련 정세는 중동 지역 주요 현안인 만큼 이날 첫 PDB에 이란 핵 과학자 암살 관련 정보가 포함됐을 것으로 CNN 방송은 관측했다. 이는 미 정보당국이 파악한 사건 관련 내용은 물론이고 트럼프 행정부가 관여한 기밀 작전이 있다면 역시 바이든 당선인이 보고받는다는 의미다.

임선영·백희연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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