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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인사이드칼럼] 한미관계에 불어올 순풍과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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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 바이든 당선은 비정통 보수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도 진보로 바뀜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 사회는 유권자 절반 가까이가 트럼프 후보에게 표를 던짐으로써 트럼프주의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이는 트럼프주의를 가져온 경제사회적 요인이 코로나19로 더욱 심해졌고, 공화당이 이념적 전환을 한 데 기인한다. 민주당이 하원 의석을 잃고 공화당이 여전히 상원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분열된 미국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합을 이루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 외교정책은 내년 초 정부 출범과 함께 인선과 정책입안을 통해 구체화되겠지만 다음 특징을 보일 것이다. 첫째,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경제적 피해로 어려운 국내 상황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해야 하므로, 대외정책에 국내 요소가 영향을 많이 미치고 관심과 자원 배분도 제한될 것이다. 둘째,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회복에 나설 것이다. 동맹과 다자주의를 무시하고 파괴적이며 거래적인 트럼프 외교를 청산할 것이다. 동맹·동반자와의 협력을 추구하고 민주주의·인권·반부패 등 가치를 중시하며 그 수단으로 외교·개발·제도에 의존할 것이다. 동맹과의 협조가 깊어지는 만큼 동맹에 대한 합당한 책임분담 요구도 늘어날 것이다. 셋째, 중국 관련 미국 사회의 초당적 합의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대립정책을 지속하겠지만, 보다 예측 가능하고 규범을 존중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독자행동에 의존하던 트럼프와 달리 동맹국·파트너와 함께 유사의지연합·지역·국제기구를 통해 중국에 대응할 것이다. 기후변화, 팬데믹 등 국제협조가 필요한 사안에는 연계, 기술·안보·전략 관련 사안에는 압박의 이중적 접근이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대립이 완화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악화의 소지가 크다. 넷째, 트럼프 행정부에서 기초가 세워진 인도·태평양 전략의 구체화에 나설 것이다. 역내 민주국가들을 중심으로 미·중 단층대에 있는 다양한 사안에 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미국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다. 다섯째, 파리협정, UNESCO, WHO, 인권이사회 등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협정·국제기구에 복귀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등장은 우리 외교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미관계는 방위비분담협정 타결, 주한미군 유지 등 순풍이 불겠지만, 북핵,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은 역풍의 소지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해법에 있어서 상향식 교섭과 원칙적 접근을 계속 강조할 것이므로 한미 공조와 실효적 제재를 기반으로 '설익은 비핵화'를 막아야 한다. 제재와 코로나19로 막힌 평양 가는 길은 워싱턴, 도쿄, 베이징, 모스크바를 통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특정 시기를 고집하지 말고 전환조건의 충족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미·중 대결 국면 속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대중 관계를 관리해가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해 상호신뢰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이 잘 작동하면 이를 토대로 대중 관계를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관리해 갈 외교공간이 만들어진다. 동맹은 쌍무적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능력에 맞게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 협력함으로써 일정한 역할 분담을 꾀하여야 할 것이다. 신남방외교와의 접점을 모색하는 데서 더 나아가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소다자·지역 협력에 참가함으로써 우리 전략공간을 넓혀야 할 것이다. 또한 장기 악화 상태에 있는 한일관계의 회복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문제의 핵심인 강제동원 해법을 적극 모색하지 않는 한 열매를 거두기 어렵다.

외교 경험이 풍부하고 외교 인력풀도 넓은 바이든의 당선은 미국 외교가 예측 가능한 전통적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동맹국인 우리에게는 청신호임에 틀림없다. 우리 정부는 현재 어려움에 처한 외교환경을 개선하는 데 이런 전환점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신각수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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