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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고성 오간 감찰위…이정화, 박은정 면전서 “삭제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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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문건은 죄 안된다’ 보고서

“박 담당관 지시로 삭제했다” 진술

박은정, 감찰배제 따진 상관 류혁에

“날 망신주는 거냐” 되레 언성 높여

중앙일보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날 참석한 강동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류희림 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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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지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시하셨습니다.”

1일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 고성이 오갔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업무를 맡았던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와 그의 상관이었던 박은정 감찰담당관 사이에서다.

이 검사는 “이른바 ‘판사 사찰’ 사안을 윤 총장의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적은 보고서가 삭제됐다”고 ‘양심선언’했던 인물. 이와 관련한 감찰위원들의 질문에 박 담당관이 “삭제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자 이 검사가 그의 면전에서 “삭제 지시를 했다”고 못 박은 것이다.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적정성 등을 따지기 위해 소집된 이날 감찰위원회는 감찰 담당 검사들 간 설전의 장이 됐다. 박 담당관을 감찰 검사들이 비판하고, 박 담당관이 이에 반박하는 구도였다.

감찰위원들은 먼저 윤 총장 감찰 및 직무배제 결정, 수사 의뢰 등 일련의 과정에서 박 담당관의 상관인 류혁 감찰관이 배제됐다는 의혹에 대해 질문했다. 류 감찰관은 “지난달 초 윤 총장 관련 진상을 조사해 보겠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 이후 진행 상황은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추 장관 발표 몇 시간 전에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등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담당관은 “장관이 보안 유지를 지시했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 아니다”고 반박한 데 이어 류 감찰관을 향해 “날 망신 주는 겁니까. 사과하세요”라고 언성을 높였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뒤를 이은 것이 이 검사와 박 담당관 간의 보고서 삭제 논란이었다. 앞서 이 검사는 검찰 내부망을 통해 보고서 삭제 사실을 폭로했지만 누가 삭제의 주체인지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날 박 담당관이 삭제 지시를 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폭로한 건 박 담당관이 어떤 형태로든 보고서 삭제와 관련돼 있었을 가능성을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퇴직 후 국민에게 봉사할 방법을 찾겠다”는 윤 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징계 사유에 포함된 데 대해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박 담당관은 한 감찰 담당 검사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자 “나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한 참석자는 “사실상 대질 심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감찰위는 이날 3시간 이상 윤 총장에 대한 여섯 가지 징계 사유가 타당한지, 절차적 정당성이 지켜졌는지, 직무배제할 정도의 중대한 비위인지 등을 검토했다. 그 결과 만장일치로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윤 총장의 징계 처분, 직무배제, 수사 의뢰는 부적절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윤 총장에게 징계 청구 이유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고,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것을 주로 문제 삼았다. 특히 이날 참석한 7명의 감찰위원 중 3명은 “절차뿐 아니라 내용에도 결함이 있다”며 더 강경한 내용의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법무부는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적법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그 결과 징계 혐의가 인정돼 징계 청구를 한 것”이라며 권고 불수용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감찰위는 자문기구라 법무부가 결론을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다.

검찰 내부에서는 감찰위 결정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류혁 감찰관 ‘패싱’을 두고는 “범죄 자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검사장은 “법에 ‘감찰관에게 보고하라’고 돼 있는데도 추 장관이 그 법을 무시하고 단독 지시를 내린 것은 딱 떨어지는 직권남용죄”라고 말했다.

김수민·강광우·김민상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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