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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경제 바로미터’ 구리값 뛰는데···정작 구리기업 못 웃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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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카퍼(Dr. Copperㆍ구리 박사)’

구리(Cu)의 또 다른 별칭은 일명 '구리 박사'다. 구리 수요량 변화를 통해 글로벌 경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구리 수요가 늘면 글로벌 경기가 나아지고, 반대로 수요가 줄면 침체에 빠져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구리 가격 한 달 사이 10% 올라



구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를 면치 못하던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가 고시한 전기동 가격은 t당 7462달러(11월 27일 기준)다. 지난달 같은 날보다 약 10%(674.5달러) 올랐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1400달러 넘게 상승했다. 전기동은 전기 분해를 마친 고순도 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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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동 가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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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련을 마친 구리는 주로 전선(전체 생산량의 약 65%)과 건설자재 등에 쓰인다. 도로나 공장, 항만 등 인프라를 구축하면 당연히 구리 사용량도 늘어난다.



경기 침체 땐 손익분기점까지 밀려



과거에도 구리 가격은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줬다. 한 예로 2000년대 초 t당 2000달러 선이던 전기동 가격은 2011년 2월 t당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경제가 무섭게 성장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2010년대 초·중반 전후로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구리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16년 1월에는 전기동 가격이 t당 4300달러까지 밀렸다. 업계는 t당 4200달러 선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참고로 중국은 글로벌 구리 수요의 50%가량을 차지하는 '큰 손'이다.

구리 가격을 강세로 돌려놓은 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2016년 11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그가 "미국 내 인프라 개발을 위해 10년간 1조 달러(약 1107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t당 4860달러 선에 머물던 전기동 가격은 한 달 만에 5740달러까지 뛰어올랐다.



롤러코스터 타는 2020년 구리 가격



올해 구리 가격을 움직인 건 단연 코로나19다. 올 1월 t당 평균 6049달러 선에서 움직이던 구리 가격은 석 달 뒤인 4월에는 t당 5048달러까지 밀렸다. 팬데믹 우려로 인한 글로벌 수요 침체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1000조원 이상을 풀겠다"고 밝히면서 구리 가격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날개를 달아줬다. 그가 "3조3000억 달러(약 3653조원)를 들여 인프라 구축과 저소득층 주택 등에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다. 덕분에 구리 가격은 지난주 t당 7400달러 선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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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제련소로는 세계 2위 생산량을 자랑하는 LS니꼬동제련 온산제련소의 스마트팩토리 제어실. 전 생산과정을 통신망으로 연결해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2031년까지 1300억원 대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LS니꼬동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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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지만, 국내 구리 관련 기업들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구리 가격 상승이 나쁠 건 없지만, 반드시 호재라고 볼 수도 없어서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납품 계약이 연간 단위로 이뤄지고 있어 구리 가격 등락이 바로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일부에선 구리 가격 상승이 구리 원료인 '동(銅)광석'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중국은 현재 80%대인 구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제련소를 잇달아 건설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과 고려아연 같은 구리 관련 기업들이 저마다 비용절감과 효율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특히 LS니꼬동제련은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올인하다 시피했다. 올해에는 '통합생산시스템(MES)'과 '원료 최적조합시스템(APS)' 도입을 완료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 팩토리 도입 등을 통해 오는 2031년까지 1300억원 대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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