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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칼바람 몰아친 유통업계...더 독해진 '코로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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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유통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생존 기로에 직면해 있다. 올해 유통업계의 연말 인사는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롯데그룹과 신세계백화점은 전체 임원의 20%를 퇴임시켰고 이마트는 임원 규모를 10%가량 줄였다. 제 살과 뼈를 깎는 '독한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코로나 위기 돌파를 위한 일종의 '충격 요법'인 셈이다. 인사 시기도 대체로 한 달가량 앞당겨 내년 사업계획을 선제적으로 수립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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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2020.12.01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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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엔 예외없다'...이마트·롯데·신세계 임원 10~20% 짐 쌌다

실적 부침이 심한 유통업계의 올해 연말 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이번 임원인사는 '신상필벌'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임원 운명을 가른 것은 단연 '성과'다. 임원들도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점포에 이어 인적 구조조정에 나선 롯데그룹의 인사 폭은 유통업계에서 가장 컸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는 전체 600여명 임원 중 20%에 해당하는 100여명을 줄이는 초강수를 뒀다. 승진자와 신규 임원도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작년 대비 80% 수준으로 축소했다.

롯데는 임원 직급단계를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능력만 있으면 빠른 승진을 가능하게 한 조치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1일 소폭 인사로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파격 인사안'을 내놨다. 전체 60여명 임원 중 20%가 퇴임하고 본부장급(부사장급) 임원은 70% 대거 물갈이됐다.

승진자 수도 큰 폭으로 줄었다. 올해 백화점부문 승진자 수는 대표 내정자 2명을 포함해 총 14명이다. 지난해(대표 3명 포함 22명) 임원인사 때와 비교하면 37% 줄어든 수준이다. 이마트 역시 임원 규모를 10%(10여명) 감축했다.

신세계 측은 어느 때 보다 엄정한 평가를 통해 전 임원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등 신상필벌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만 예외적으로 소폭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백화점의 임원 인사 폭은 경쟁사와 다르게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계열사 대표 교체 폭은 유통그룹 중 큰 편에 속한다. 전체 13개 계열사 중 4개사 대표를 바꿨다.

이러한 칼바람 인사는 '코로나 충격' 영향이 크다. 롯데는 그룹의 양대 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크게 흔들렸다. 롯데쇼핑은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 토막 났다. 올 상반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1.9% 급감해 극심한 실적난을 겪었다.

이에 롯데쇼핑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올해 초부터 채산성이 떨어지는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폐점절차에 착수했다. 이달 말까지 100여개 점포를 대상으로 영업종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과장급 이상 저성과자를 상대로 '인적 구조조정'도 시행 중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총 140여명을 줄일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마찬가지다. 지난 3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5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연결 기준 지난 3분기까지 14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7% 줄었고 이마트는 소폭 감소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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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8.30 dlsgur975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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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계열사 대표는 생존, 젊은 피 전진배치...인사 시계추 빨라졌다

다만 핵심 계열사 수장은 독한 인사에서도 살아 남아 관심을 모은다. 롯데그룹 유통 BU장을 맡고 있는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을 비롯해 강희태 이마트 대표(사장),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사장),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사장) 모두 자리를 지켰다.

네 사람은 모두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경영 지휘봉을 넘겨받은 지 채 1년도 안 됐다. 그 만큼 자신의 색깔로 사업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 번 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약 11개월간 코로나와 맞서 '위기 대응' 체력을 비축한 기존 대표체제를 유지해 빠르게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젊은 인재들도 전진 배치했다. 롯데는 지난해 인사에서 50대 중반으로 대표를 교체했지만 올해는 50대 초반 젊은 전문경영인(CEO)을 전진 배치했다.

대표적으로 박윤기 롯데칠성 대표(전무)와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전무)는 1970년생이다. 올해 51세로 상대적으로 젊다.

이마트는 1969년생 젊은 리더인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 SSG닷컴 대표까지 맡겨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했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와 손정현 신세계I&C 대표는 둘다 1968년생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적응하려는 '기업들의 강한 생존 의지'는 자연스레 '빠른 인사'로 이어졌다.

먼저 포문을 연 이마트는 지난 10월 15일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는 작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긴 것이다. 현대백화점도 예년보다 대략 1개월 빠른 지난 달 6일 인사를 냈다. 통상 12월 중순쯤 인사를 했던 롯데도 올해는 지난 달 26일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임원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은 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잘 적응할 수 있는 조직체체로 재정비하기 위한 조치"라며 "빠른 위기 대응에 적합한 젊은 인재를 전진배치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새 진용을 갖추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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