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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바이든의 컴백, 워싱턴 사교계는 4년만에 불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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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사교행사 참석 안하고 본인 후원 행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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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 2월 사우스 캐롤라이나 콜럼비아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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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곳은 워싱턴의 사교계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한 바이든 당선인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아래 거의 사라졌던 사교 행사들도 함께 돌아온다는 것이다.

WP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워싱턴DC의 귀족들은 지난 (트럼프 행정부) 4년의 열병이 마침내 끝나고, 정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될 때부터 “오물을 청소하라(drain the swamp)”며 이 정치 전문도시의 기득권층을 공격했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4년간 워싱턴의 사교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계열 사교계 인사는 WP에 “바이든은 워싱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워싱턴의) 기득권층의 일부가 되는 법, 그들을 위해 일하는 법을 알고 있다”며 “이런 워싱턴을 즐겨왔던 사람들은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했다. 트럼프 입장에선 바이든이야 말로 오물 중 오물일 수 있다. 바이든은 1973년 상원의원에 첫 당선된 뒤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 당선인에 이르기까지 40여년에 걸쳐 워싱턴의 ‘인싸(인사이더·insider를 뜻하는 신조어)’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후 워싱턴 사교계의 문법을 파괴했다. 대통령과 백악관의 고위관리들은 문화기관이나 외교단, 수많은 기금 모금회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기득권 모임이란 비판을 받지만, 이런 자리에서 야당 의원 등과 소통하고 비공식적인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의 대표적인 사교 행사인 케네디 센터 공로상 시상식, 백악관 기자단 만찬, 알파파 클럽만찬 등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자신이 소유한 백악관 인근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지지자들과 후원자들을 위한 행사를 수시로 열었다. 워싱턴의 ‘오물’들과 거리를 둔다면서, 오히려 자신이 소유한 최고급 호텔에서 후원 행사를 수시로 열고 자신을 위한 사교행사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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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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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워싱턴 사교계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봤다. 해리스는 흑인 지도자를 많이 배출한 워싱턴의 하워드 대학을 졸업했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흑인 여대생 클럽 ‘알파 카파 알파’ 출신이다. 이미 이들 단체는 해리스의 취임을 축하기 위한 사교 행사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정권이 넘어간 뒤 워싱턴 사교계의 일원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의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들, 측근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극단적인 편견을 받을 것”이라며 “대부분 (사교계에)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퇴임 후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전화를 돌리고 있지만, 답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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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도 사교계의 환영을 받는 인물로 꼽히는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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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워싱턴 사교계가 트럼프측과 극단적으로 관계를 끊을 가능성은 낮다. 잡지 ‘워싱턴 라이프’의 케빈 채피 에디터는 상무장관인 윌버 로스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외교관과 언론인, 심지어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상원의원 등 야당 의원들을 초청해 관계를 이어온 유일한 사람”이라며 “(로스 가족은) 뛰어난 음식과 와인으로 아름답게 대접하는 경험 많은 (사교 파티의) 주최자”라고 했다. 여기에 워싱턴 사교계의 보수파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차기 유력 주자들에 대해선, 이들이 사교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크다. WP는 “늘 그랬듯이 워싱턴은 결코 잊지 않지만, 때로는 용서하면서 계속된다”고 했다.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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