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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두고·어린 아들 놔두고…군포 아파트 화재 '눈물' 사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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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사다리차 기사 한상훈씨, 수능 앞둔 고3 학생 등 주민 3명 구조

(군포=연합뉴스) 최종호 권준우 기자 = "내년 2월 결혼할 아이인데…"

연합뉴스

군포 아파트 화재 합동감식 하는 관계자들
(군포=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군포시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2일 오전 경찰과 경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이 아파트 12층에서 난 화재로 4명이 숨졌다. 또 1명이 중태에 빠지는 등 7명이 다쳤다. 2020.12.2



2일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백두한양9단지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전날 숨진 A(32·남)씨의 유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4시 37분 이 아파트 12층에서 새시 교체 작업을 하던 중 폭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자 불을 피하려다가 지상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그는 올해 결혼을 계획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내년 2월로 미루고 결혼 준비를 하던 중 변을 당했다.

A씨 유족은 "이 일을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평소 밤늦게까지 일하고 새벽에 출근해 사고가 나겠지 싶었다"며 "더욱이 외국인과 같이 일에 투입됐는데 의사소통이 얼마나 됐겠느냐"고 눈물을 훔쳤다.

A씨 유족이 언급한 외국인은 38세 태국인이다. 그도 A씨처럼 추락해 현장에서 숨졌다.

숨진 태국인의 시신은 인근 병원에 안치됐지만, 국내에 연고가 없어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다.

불이 난 집과 같은 라인에 거주하던 주민 B(35·여)씨는 남편과 여섯 살 아들을 남겨두고 화마로 세상을 떠났다.

B씨는 옥상 계단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에 있던 중 불이 나자 아파트 상층부로 이동하던 중 연기에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인근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로, 사고 당일 몸이 좋지 않아 휴가를 내고 집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동료는 "평소 성실하고 동료들과 관계도 좋았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병원 전체가 슬픔에 빠져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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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연기
(군포=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4시 37분께 경기 군포시 산본동 25층짜리 아파트 12층에서 불이 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30여분만에 꺼졌다. 소방당국은 이 불로 현재까지 4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20.12.1 [소방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씨와 함께 옥상 계단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 C(51·여)씨도 불이 난 집과 같은 라인에 거주하고 있었다.

C씨의 아들(23) 또한 연기를 많이 마시고 화상까지 입어 현재 중태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참사의 현장에는 의인도 있었다.

사다리차 기사 한상훈(29) 씨는 이날 창틀 운반작업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사고를 목격한 뒤 주민 3명을 구조했다.

그는 불이 난 12층의 옆집에서 20대 여성이 "여기 사람 있어요"라며 흐느끼는 모습을 본 뒤 연기를 무릅쓰고 자신의 사다리차를 뻗어 여성을 구조했다.

곧이어 15층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청소년 남매를 구하기 위해 14층 높이까지로 제한된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차를 아파트 옆으로 바싹 붙여 이들까지 구했다.

한씨가 구조한 청소년 남매 중 한 명은 오는 3일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고를 직접 목격하고 주민들을 구할 수 있는 건 나 뿐이라고 생각해 본능적으로 움직였던 것 같다"며 "다음에 같은 일을 겪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로 A씨 등 4명이 숨지고 C씨 아들을 비롯해 7명이 다쳤다.

화재 당시 노후한 새시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이뤄졌으며 현장에서는 전기난로와 폴리우레탄, 시너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소방 등 관계기관과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자세한 화재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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