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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골드만 지고 블랙록 뜬다…바이든 경제팀의 숨은 플레이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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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 화면에 떠있는 블랙록 자산운용. NYSE 상장사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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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일 후 출범할 조 바이든 정부 경제팀 핵심 인사에겐 공통분모가 있다. 블랙록(BlackRock) 자산운용 임원 출신이라는 점이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지명될 브라이언 디즈(43)는 블랙록에서 지속가능 투자팀을 이끌었다. 아데왈레 아데예모(39) 미 재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블랙록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팀 브레인이었던 이들은 2016년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자 블랙록 행을 택했다.

디즈와 아데예모가 바이든 경제팀의 중책을 맡게 되면서 '골드만삭스→행정부'로 이동하는 공식 코스에도 변화가 생기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게리 콘 전 NEC 위원장이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로버트 루비니 재무장관과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했던 헨리 폴슨 모두 골드만삭스에 몸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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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 브레인으로 일했던 아데예모(맨 왼쪽)와 디즈(왼쪽에서 두 번째).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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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출신이 백악관 요직을 가져가던 공식이 깨지고 블랙록이 그 자리를 꿰찼다”고 보도했다.

1988년 설립된 블랙록 자산운용은 2018년 기준 매출액이 141억 달러(약 15조 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회사다. 골드만삭스(1896년 창립)와 비교해도 일천한 업력이다. 내실은 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자산이 7조8000억 달러가 넘는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정·관계 인물 배출에는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정권에서 일했던 이들을 받아들이며 진보 진영에 대한 들었던 보험에서 성공을 거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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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G20 재무장관 회의장의 재닛 옐런 지명자(당시 Fed 의장)와 스티븐 므누신 현 장관.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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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에서 골드만삭스의 시대가 가고 블랙록이 약진한 것은 특정 기업의 부상이라는 의미 이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기업 인수합병(M&A) 및 공격적 주식 투자로 수익 창출을 최대의 목표로 삼는 골드만삭스, 나아가 월스트리트의 대표 가치에 바이든 행정부가 ‘노(No)’를 외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건 대표적 목표는 기후변화 대책과 경제 및 성 불평등 해소, 소수자 보호다. 이런 기치에 블랙록의 성향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블랙록은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등의 가치에 집중하며 다른 투자은행(IB)과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아데예모와 디즈의 합류 이후 그런 색채가 더 짙어졌다.

핑크 CEO가 올해 초 투자자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앞으로 블랙록의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기준은 환경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블랙록은 5억 달러에 달하는 석탄산업 관련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블랙록의 홈페이지엔 “부(富)엔 ‘우리’라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문구가 선명하다. 투자에 있어 개인의 수익을 맹목적으로 좇기보다 공동체 가치도 의식하겠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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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홈페이지. "부(富)엔 '우리'의 가치가 있다"는 문구다. [홈페이지 캡처]


이런 방향 전환에 핑크 CEO의 비서실장으로 최측근이었던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 내정자와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지속가능 투자팀을 이끌었던 디즈가 역할을 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WSJ은 “블랙록은 기업 M&A가 아닌 다른 방식의 투자를 한다”며 “일부 진보 진영에선 큰 손 투자자들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블랙록 출신은 정통 월스트리트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블랙록은 M&A가 아닌 주식 직·간접 투자로 수익을 내왔다. 올해 8월엔 중국건설은행(CCB) 및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와 함께 중국 자산관리업에도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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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핑크 블랙록 창업자 겸 CEO. 그의 비서실장이 재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된 아데예모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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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와 아데예모의 합류로 바이든 지지층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월스트리트 출신 인사를 기용하면서 금융 개혁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놓고 월스트리트 출신 인물을 기피했던 것과 같은 기조를 기대했던 이들의 목소리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가치로 내선 바이든 행정부가 월스트리트를 잘 알며 대안적 투자를 해온 이들을 기용하기로 한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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