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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수뇌부는 판공비 논란, ‘선수들의 피 같은 돈 허투루 쓸 수 없다’고 야근수당까지 거절했던 직원은 ‘갑질’로 퇴사 [엠스플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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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수뇌부가 판공비 챙길 때, ‘선수들의 피 같은 돈 허투루 쓸 수 없다’며 야근수당까지 거절했던 선수협 직원은 ‘갑질’로 퇴사

-‘미스터리’ 사무총장 부임 후 분열과 파행 거듭한 선수협 사무국

-이대호는 선수협 사유화 부인, 선수협 전현직 관계자들 “자기 아는 사람들 핵심에 앉혔는데 그게 사유화가 아니면 뭐가 사유화인가” 반론

-숱한 물의 끝에 사퇴한 사무총장…1년 가까이 업무 파악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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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기자회견에 나선 이대호 선수협 회장(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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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일 년 내내 아무 존재감 없던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오랜만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정확하게는 논란의 중심이다. 사무총장이 판공비 현금 지급과 법인 카드 유용 의혹으로 사퇴한데 이어 이대호 회장도 고액 판공비 논란으로 2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를 지켜보는 선수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방 구단 베테랑 선수는 엠스플뉴스에 보낸 문자에서 “선수협 기사를 봤는데 너무나 충격적이다. 회장 판공비가 그렇게나 많다는 걸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 나도 배신감을 느끼는데,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말도 못 할 것”이라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다른 구단 중견급 선수도 “선수 권익보호를 위해 뽑은 선수 대표(선수협 이사)들이 마음대로 회장 판공비를 올리고, 회장이 데려온 사무총장이 돈을 맘대로 쓰는데도 아무도 막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정작 회비를 내는 선수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 선수협 일에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수도권 구단 선수 역시 “이대호 회장 형이란 사람이 반박한다고 쓴 글을 봤는데 사과는 없고,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는 걸 보고 참 뻔뻔하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대호 회장이 휴식일마다 마치 선수협 활동을 위해 서울과 지방을 돈 것처럼 주장했던데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그 말이 사실인지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봤으면 좋겠다”며 “‘판공비 셀프 인상’이 사실이 아니었던 것 빼고, 대부분 내용을 이대호 회장이 시인해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 “어떻게 오셨습니까” 이대호 회장이 추천한 사무총장, 직원들도 누군지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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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김태현 사무총장(사진 왼쪽)이 한 법무법인과 업무 협약식을 맺고서 기념 촬영한 장면. 이 법무법인은 이대호가 영입한 선수협 자문변호사가 소속 중인 곳이다(사진=선수협)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시간을 지난해 12월로 돌려보자. 김선웅 당시 선수협 사무총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대호 회장으로부터 ‘연임 불가’ 통보를 받았다.

“선수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야구만 해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야구인 제외하면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는 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선수들이 선수협 회장만 되면 어디서 야구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을 데려온다. 이대호 회장도 김 사무총장에게 ‘어느 변호사를 무슨 직책에 써달라’고 요구했다. 김 총장이 난색을 보이자 둘 사이가 벌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김 총장이 변호사인데 ‘무슨 또 변호사를 데려오려고 하나’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다.”선수협 관계자의 얘기다.

후임 사무총장 역시 이 회장이 추천한 사람이 됐다. LG전자 출신 마케터 김태현이 새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선수협 관계자 A 씨는 “김태현이 누군지, 어디서 뭐 하던 사람인지 선수협의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태현이 누군지 모르는 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케팅 전문가’ ‘LG 출신’이란 정보를 바탕으로 10명 이상의 마케팅 업계 관계자와 LG 관계자에게 연락해 봤지만 하나같이 ‘모른다’는 답만 돌아왔다.

그만큼 김 사무총장은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A 씨는 “보통 새 사무총장을 임명하면 선수협 총회 때 나와서 선수들에게 인사하는 자리를 갖는다. 그러나 작년 12월 총회 때는 이대호 회장만 나오고 사무총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당연히 선수협 직원들도 김 총장 얼굴조차 한번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이 선수협 사무실에 나타난 건 총회로부터 열흘이 지난 뒤였다. A 씨는 “이전에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오느라 시간이 필요하다 하더라. 나중에 사무총장이 처음 사무실에 나타났을 때, 직원들이 누군지 몰라 ‘어떻게 오셨냐’고 했을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김 총장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선수협 관계자 B 씨는 “첫 출근 뒤 이틀인가 지나서 김 총장이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야구를 전혀 모른다. 100으로 치면 5 정도밖에 모르고, 야구장도 LG 시절 몇 번 가본 게 전부다. 그러니 야구 과외를 좀 해 달라’. 속으로 ‘그런 분이 왜 야구 선수협에 오셨냐’라고 하려다 참았다”고 전했다.

A 씨는 “당시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한창 인기몰이를 하는 시기였다. 어느 날 김 총장이 직원들에게 ‘내가 여기 온 뒤 한 일이라고는 총장실 화분 위치 바꾸는 것 정도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알고 보니 ‘스토브리그’에서 주인공 남궁민이 직원들 앞에서 한 대사였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당시 선수협은 창립 이래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FA 등급제와 샐러리캡이 프로야구 최대 이슈였다. 야구계 현안을 잘 알고 선수협과 구단, KBO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협상을 주도할 인물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직접 데려온 사무총장에게서 이런 역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는 올해 중순 김태현 사무총장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당시 김 총장은 “야구를 배우는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선수협 업무도 파악하는 중이라 했다. A 씨는 “선수협 사무총장 임기가 3년이다. 5년 임기 대통령도 취임하면 바로 일을 시작하는데, 3년 임기 사무총장이 1년 내내 업무 파악하고 야구를 배운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꼬집었다.

- ‘함량 미달’ 사무총장 부임 이후 분열과 파행 거듭한 선수협 사무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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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홈페이지의 '보도자료' 코너. 2020년 2월 27일 이후 업데이트가 없다. 김태현 사무총장은 '팬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선임된 사람이다(사진=엠스플뉴스)



‘미스터리’ 사무총장이 부임한 뒤 선수협 조직은 말 그대로 엉망이 됐다. 선수협 관계자 C 씨는 “자기가 왜 그 자리에 왔는지, 그 자리가 뭘 해야 하는 자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새 총장이 온 뒤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직원 개인 평가를 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대기업도 아니고, 직원이 사무총장 포함 5명인 조직에서 서로에 대해 평가하라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C 씨의 기억이다. 다른 선수협 관계자는 연봉 협상 과정에서 겪은 경험담을 들려줬다.

“선수협 사무총장의 가장 큰 업무가 협상이다. 구단, KBO, 스폰서, 선수 등과 협상하는 게 일이다. 하루는 김 총장이 '연봉 협상하자'고 불렀다. 불러놓고서는 컴퓨터로 다른 일을 하더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전혀 듣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더니 대뜸 ‘나 지금 당신이 하는 말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온다. 나가봐야 한다’더니 사무실에서 나갔다. 이런 갑질이 있나 싶어 어이가 없었다.”

다른 직원은 “어느 날 총장이 직원들에게 ‘나는 서서 일하고 싶다’고 하더니 사무실 집기를 싹 교체했다. 의자와 책상을 높였다 낮췄다 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교체하더라. 선수협이 무슨 스타트업도 아니고 서서 일할 이유가 있나? 어디서 본 게 있어서 흉내 내는 것 같았다”며 혀를 찼다.

김 사무총장은 취임 이후 규정에 어긋나는 업무지시, 판공비와 법인 카드의 잘못된 사용으로 물의를 빚었다. 직원들이 ‘그렇게 하시면 큰일난다’고 지적해서 바로잡은 것만 여러 차례다. 그러나 김 총장은 정당한 지적과 요구를 묵살하기 일쑤였다. 한 직원은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총장에게 면전에서 ‘욕설’을 듣기까지 했다.

한 관계자는 “김 총장은 직원들의 요청을 수용하기보단 거칠게 반응했다. 김 총장의 거듭된 비상식적 태도에 회계 담당 직원이 퇴사를 결심할 정도였다”며 “김 총장이 입장문을 통해 최근에서야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건 진정한 반성이 아닌 ‘일단 소나기를 피하자’라는 식의 연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선수협 직원은 정규직이라 사무총장이 함부로 자르거나 나가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김 총장은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하자고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맘대로 되지 않자 해당 직원의 힘을 빼려고, 나머지 직원들의 직급을 하나씩 올리기도 했다. 정상적인 조직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전했다.

선수협 관계자는 “김 총장 부임 이후 기존 직원들의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심했다. 선수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직원은 연봉 협상 때부터 갑질로 큰 상처를 받아 결국 ‘도저히 저 사람과 일 못 하겠다’며 퇴사했다. 평소 ‘선수들의 피 같은 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며 회사 차가 아닌 지하철로 이동하고, 야근 수당도 받지 않고 일하던 사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선수협이 선수 권익 보호보다 마케팅에 신경 쓰는 게 말이 되나?” -



이대호 회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김태현 사무총장을 영입한 이유로 “후배들의 권익 보호와 팬들과 소통을 위해 직접 선임했다. 조금 더 팬들에게 다가가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 때문에 선임했다. 선수협이 잘 되기 위해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장의 기대와 달리 김 총장 부임 이후 선수협은 ‘어디서 뭘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존재감 제로 협회가 됐다. 야구 선수들의 권익 보호라는 명분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선수협 사무국은 분열과 파행을 거듭했고,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선수들의 보호막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KBO에서 연봉 감액 제도 변경 발표가 나왔을 때 이전 선수협 같으면 한 번쯤 제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아니면 제도 추진 과정에서라도 의견을 개진했을 거다. 그런데 선수협에서 곧바로 ‘수용한다’는 메시지를 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시즌 중 선수 권익이 침해당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선수들이 악플러에 분통을 터뜨릴 때도 선수협에선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코로나19를 빌미로 무더기 방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수협이 방출된 선수들의 복지나 미래 설계를 위해 대책을 준비한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김태현 사무총장은 올해 들어 직원 3명을 신규 채용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회사가 있던 직원도 자르는 와중에 고용 창출에 앞장선 선수협이다. 새 직원 3명 중의 2명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3명 중 1명은 선수협 자문 변호사가 추천한 인물이다. 이 자문 변호사를 데려온 건 이대호 회장이다.

A 씨는 “직원들끼리 ‘선수협에 무슨 마케팅 직원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는 얘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우리가 매일 일이 터지고 현안이 있는 단체라면 직원을 뽑는 게 맞지만, 선수협 일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선수협이 선수 권익 보호 활동보다 마케팅에 더 신경 쓴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우리 구단 마케팅 직원들도 일이 없었다. 업무가 없어서 다른 부서 업무를 도와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협이 마케팅 직원을 추가로 뽑았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수협 홈페이지는 2월 27일 이후 업데이트가 없다. 자유게시판도 각종 광고 게시물로 넘쳐난다. 마케팅 강화를 위해 뽑은 총장과 직원들이 무슨 일을 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재임 1년간 숱한 문제와 마찰을 빚은 김태현 사무총장은 결국 1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건강이 안 좋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제론 언론을 통해 보도된 판공비 현금 지급과 법인 카드 유용이 원인이었다. 이미 5월부터 선수협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내부 감사에서도 지적받은 문제다.

덕분에 한창 선수들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선수협은 또 한 번 내홍으로 엉망이 되고, 여론의 비난을 받는 궁지에 몰렸다. 고액 판공비 논란에 가려졌지만, ‘함량 미달’ 인사를 사무총장으로 데려와 앉힌 이대호 회장이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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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 이근승, 박동희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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