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달러약세 정책 영향
무역흑자·외인투자도↑
한은개입 속도만 늦춰
산업구조 글로벌화로
수출경쟁력 타격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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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3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장중 1100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종가로도 1100원 아래면 2년 5개월여 만에 1000원대 환율을 기록하게 된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백신 상용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예고함에 따라 달러 약세와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긴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도 견조한 수출 실적을 보였고, 이는 다시 외국인 자금 유입의 요인이 되면서 경상과 증시 양쪽에서 쌍끌이 달러 모으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지지선은 1050원이지만, 그 아래인 1000원 초 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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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은 최근 환율의 1차 지지선을 1100원에서 방어해왔다. 환율 하락은 우리 제품의 달러 환산액을 증가시켜 가격경쟁력이 훼손돼 결과적으로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99억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엔 당국이 빠른 원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시중에서 빨아들인 달러분이 포함돼 있단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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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3일 “11월 외환보유액이 98억7000만달러 증가해 외환 당국이 10월 하락에 적지 않은 개입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1100원 지지를 위해 무리하지는 않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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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환율의 방향성보단 지나치게 빠른 속도를 경계해 왔다. 인위적인 개입으로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는 건 한계가 있고, 과거에 비해 우리 경제가 환율 하락을 감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됐단 판단에서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30원 가까이 떨어졌던 지난달 우리 수출은 작년 11월보다 4%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액도 6.3% 늘어나면서 2년 만에 처음으로 총수출과 일평균 수출이 동반 상승했다.
여기에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란 점도 원달러 환율 하락이 제한적인 요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11월 수출 중 중국이 2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그보다 낮은 15%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SI)이 집계하는 우리나라의 실질실효환율은 10월 현재 작년말 대비 0.8% 상승에 그쳤다. 실질실효환율은 나라별 교역비중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한 것인데, 원화와 함께 동반 강세를 보인 위안화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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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에 따르면 과거 원화 강세 시기(2016년 3월~2018년 3월)에도 되레 수출이 늘었는데,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에 있을 때 수출이 좋아지고 이는 다시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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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중간재 수입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해외의 중간재를 사들여오면 상대적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완성제품 가격 상승이 일정 부분 상쇄된단 것이다. 또 국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 늘어 상대적으로 환 변동의 충격을 적게 받게 됐단 점도 이유다.
삼성선물에 따르면 향후 원달러 환율의 지지선은 2018년 상반기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1080원과 2018년 저점인 1054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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