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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양재천 국장, 죽을래 과장, 신내림 서기관…원전 영장 산업부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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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경제성 조작 혐의'등 과 관련해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11월 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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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가 지난해 12월 벌어진 444건 자료 삭제와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산업통상자원부의 A 국장, B 과장, C 서기관 등 3명은 백운규 전 장관의 측근으로 불렸던 인물들이다. 산업부 주변에선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이들의 역할과 발언 등을 감안해 이들을 ‘양재천 국장' ‘죽을래 과장' ‘신내림 서기관'이라고 표현하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2일 오후 8시쯤 지난해 12월 1일 오후 10시쯤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 PC에서 월성 1호기 관련 문건 444건을 삭제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이들 3명에 대해 대전지법에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감사원법 위반(감사방해), 방실침입 등 3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구속영장실질심사는 4일 오후 2시 30분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대전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산업부 내에서 백 전 장관의 최측근 인사로 불렸다. 산업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양재천 국장'이라 불리는 A국장은 백 전 장관과 양재천 산책을 함께 다닐 정도로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그는 원전산업정책관을 맡은 뒤,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죽을래 과장'인 B 과장은 백 전 장관에게 월성 1호기 폐쇄와 관련해 2018년 4월 한시적 가동 필요성을 보고했다가, “너 죽을래”라는 말을 들었던 이다. 그는 당시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를 하되, 그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전 영구 정지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까지 2년간은 원전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자 백 전 장관은 “원전을 그때까지 가동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하란 말이냐. 어떻게 이따위 보고서를 만들었느냐” “너 죽을래?” 하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즉시 가동 중단으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신내림 서기관' C서기관은 444건의 자료를 직접 삭제한 인물로, 감사원과 검찰이 ‘감사원 감사 전에 어떻게 알고 자료를 삭제한 것이냐’고 추궁하자, “윗선은 없다. 나도 내가 신내림을 받은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당시 중요하다고 보이는 문서를 복구하더라도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 등을 수정한 뒤 삭제하다가 자료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 단순 삭제하거나 폴더 전체를 지운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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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C서기관이 다른 직원의 컴퓨터가 있는 사무실에 침임한 행위를 ‘방실(房室)침입’ 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방실침입 행위는 징역 3년 이하로 형사 처벌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증거인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자신의 범죄혐의를 숨기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대전지검은 감사방해 혐의만 적용해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대검에 보고했으나, 대검은 감사 방해 단일 혐의는 형량이 낮고(1년 이하) 영장이 기각될 위험성이 크다며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이들이 구속되면 검찰의 수사는 본격적으로 자료 삭제와 경제성 평가 조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윗선’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만간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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