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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법관 사찰' 문건 논란, 판사들 집단행동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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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대표회의 내부서 안건 상정 움직임
외부서도 "법관대표회의가 입장 밝혀야"
"사실 관계 확인이 먼저" 신중론도 나와
한국일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국민을 섬기는 법원'이라는 기념식수 문구 뒤로 자유 평등 정의란 글귀가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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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된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과 관련해 이달 7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법관대표회의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경우 향후 판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 의 전국법관대표회의 커뮤니티에 ‘검찰의 행동에 대한 법원의 대응을 위해 다음 사항 결의를 안건으로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장 부장판사는 법관대표회의 구성원이다.

장 부장판사는 “이완규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변호인 입장에서 ‘왜 문제가 되지’ 하며 가볍게 공개한 듯하지만, 사건을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까지도 살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검사가 오직 유죄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이런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회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죄판결을 받겠다는 것은 공정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장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은 직접적 피해자인 법원의 입장을 궁금해한다”며 법원행정처에 사실관계 파악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낼 것을 제안했다. 또, “동의하되 수정의견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법관대표회의 내부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판사들 사이에선 안건 상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간 검찰의 낮은 인권감수성을 지적하고, 물의야기 법관 기재 배경에 관한 검찰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코트넷엔 법관대표회의에서 공식 입장을 내줄 것을 요청하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안인데 검찰은 그 누구도 사과는커녕 당당하다”며 “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에 관한 침해 우려 및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 촉구’라는 의견을 표명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남겼다. 이처럼 '판사 사찰' 문건이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4일 열리는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될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문건이 작성된 경위에 관해 정확히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금은 집단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일선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현재 법무부 장관이 ‘이런 혐의가 있다’고 공개한 게 전부일 뿐, 그 혐의가 사실인지 정확히 밝히기 위한 절차는 시작도 안했다”며 "'정치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싸움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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