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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보톡스균주 출처 전수조사에 업체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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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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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미용이나 의료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보툴리눔톡신(보톡스) 균주를 보유한 국내 업체 20여 곳에 균주 출처 등을 묻는 전수조사 공문을 지난 2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보툴리눔 균주의 정확한 취득 과정과 취득 장소 등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지난 수년간 계속된 균주 출처를 둘러싼 도용 논란과 법적 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보톡스 기업이 2일 공문을 받고 난리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3일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2020년 보툴리눔균 보유 현황 조사 협조 요청' 공문에 따르면 질병청은 오는 11일까지 1차 서면조사를 벌인 뒤 추가 조사가 필요한 업체를 대상으로 2차 현장조사를 할 예정이다. 조사 항목은 보툴리눔균 취득 경위, 보안 관리 현황, 병원체 특성 분석 여부 등 전반적 내용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내 보톡스 기업들이 보유한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정확한 전수조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보툴리눔균 전수조사 공문은 보툴리눔균 보유 현황 조사표, 보툴리눔균 보유 현황, 균주 출처 관련 항목, 보안 관리, 보툴리눔 균주 특성 분석, 기타, 확인 사항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균주 출처 관련 항목에서는 보툴리눔균을 수입하거나 분양 또는 양도받은 경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계약서나 주문서 등 관련 서류를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보툴리눔 균주를 분리한 경우 분리일, 분리자, 분리 방법, 샘플 채취 장소 등 정보가 담긴 상세 분리경위서 또는 분리보고서를 보유하고 있는지 등을 관련 서류와 함께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균주 특성과 관련해 보유하고 있는 보툴리눔균 유전자 전장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했는지부터 다른 균주와의 유사성을 분석했는지, 보툴리눔균 특성 분석 자료를 공개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묻고 있다.

점검표 작성(확인)에 일체의 거짓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서약서도 제출해야 한다. 고의적으로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 사실을 기재했을 때 강력한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는 경고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5년 넘게 보툴리눔 균주와 관련해 소송전을 이어가면서 정부가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줄곧 제기돼왔다"며 "정부도 한 번은 넘어가야 할 산이라는 판단 아래 5년 만에 움직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균주를 정말 국내에서 발견해 연구해 온 기업이라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면 될 것이고, 훔치거나 허위 신고를 하는 등 부정 행위를 해 온 곳에 대해서는 엄벌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한국이 보톡스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톱이라고 하지만 이처럼 곪아 터진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며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균주 출처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진정한 보톡스 강국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툴리눔 균주를 보유한 기업은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휴온스, 파마리서치프로덕트 등 20여 곳이다. 메디톡스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가져온 'Hall A 균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 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진뱅크에 등록했다.

하지만 메디톡스를 제외한 다른 보톡스 업체들은 "쓰레기 더미를 5년간 뒤졌다" "폐기 처분하는 음식물을 수거해 부패시켜서 얻어냈다" "축사 인근 토양에서 찾았다"는 등의 주장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균주 발견자가 누구인지 등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자사 보툴리눔 균주를 메디톡스와 동일한 'Hall A'로 등록하거나 독일 멀츠사가 미국 균주은행(ATCC)에서 분양받은 'ATCC 3502' 와 100% 일치한다고 밝혀왔다. 국내 기업들 주장대로라면 미국과 환경이 매우 다른 우리나라에서 수십 년 간격을 두고 동일한 균주가 발견됐다는 것인데,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메디톡스 균주에 대한 도용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휴젤은 균주 출처와 관련해 말을 여러 번 바꾼 바 있다. 2007년 문경엽 당시 대표는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자사 균주가 'ATCC 3502'와 100%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09년 투자설명회 등에선 "회사 소속 연구진이 썩은 통조림에서 보툴리눔 독소 균주를 발견해 분리했고, 그 유형은 'type A'"라고 정정했다. 이후 의혹이 확산되자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 처분하는 음식물류를 수거해 부패를 진행시켜서 발견한 것"이라고 다시 말을 바꿨다.

대웅제약은 경기도 용인시 축사 인근 토양에서 보툴리눔균을 발견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휴톡스'를 수출하는 휴온스 역시 이 균주를 활용해 3년간의 연구 끝에 휴톡스를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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