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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세 구하기도 힘든데…대출금리마저 올라 서민들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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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저금리시대 대출금리 상승 ◆

매일경제

전 세계적으로 제로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국내 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3일 서울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대출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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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에 전세자금대출 2억원, 정기예금과 신용대출 각각 5000만원을 보유한 김 모씨(46)는 최근 예금 이자가 줄고 대출 이자는 늘어나 울상이다. 지난 5월 말 연 2.55%였던 신용대출 금리가 3일 현재 2.73%로 뛴 반면 예금 금리는 같은 기간 0.72%에서 0.70%로 오히려 낮아졌다.

이에 따라 예금 이자 연 기대액은 1만원 감소한 35만원이 됐고, 신용대출 연 부담액은 9만원 늘어난 136만5000원으로 뛰었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전세자금대출 금리까지 오름세여서 김씨의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막대한 규모의 돈을 풀었다. 이렇게 되면 일반인들이 받는 대출 금리도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대출 시장은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조이자 주담대 금리가 오르고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 신용대출 금리도 올랐다. 여기에 주택 구입 수요가 전세로 옮아가면서 전세대출이 단기간에 급증하고 전세대출 금리까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일반인이 이용하는 모든 대출 금리가 일제히 오른 셈이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역대급 주택난에 더해 은행 대출 금리까지 오르자 대출 수요자들의 불만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인 상황에서 대출 금리가 오른다는 건 은행들이 그만큼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부동산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 모두 단기간에 과도하게 올랐지만 채무자의 상환 능력은 그만큼 개선되지 못해 관련 리스크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택 가격에 이어 전세 가격까지 오르면서 시중은행 전세대출은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1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103조339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말(80조4532억원)과 비교해 22조8860억원 늘어났다. 연간 전세대출 증가액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5대 은행 전세대출 누적 잔액은 작년 12월 80조원대로 올라선 뒤 올해 5월 90조원을 돌파하고, 10월에는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규모가 빠르게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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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증가 폭을 보면 지난 2월 역대 최대인 2조7034억원을 기록한 뒤 3월(2조2051억원)과 4월(2조135억원)에도 2조원대 증가 폭을 이어갔다. 이후 5월과 6월에 잠시 1조원대로 내려갔다가 7월(2조201억원), 8월(2조4157억원), 9월(2조6911억원), 10월(2조5205억원)까지 4개월 연속 2조원대 증가 폭을 보였다. 특히 7~9월은 전세 시장에서 비수기다.

가파른 전세대출 증가세는 전셋값 급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에는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와 전세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전세자금 대출이 이례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고가 주택을 사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렵게 하자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대신 전세 수요가 늘어나 전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을 막는 전세대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지난 2~3월에는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도 집중됐다.

하반기 들어서는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등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한층 더 가팔라졌다. 특히 전세 물량 부족으로 전셋값이 급격히 뛰어 전세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세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들은 금리 인상과 함께 일부 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하는 등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전세자금대출 상품에 대해 '조건부 취급 제한'을 하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전세대출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낮게 유지되면서 9~10월 두 달 새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2조7000억원 넘게 급증한 바 있다. 농협은행은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가장 높게 설정해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10~11월 전세대출 잔액은 두 달 연속 전월 대비 감소했다.

[문일호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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