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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주택 누르니 중‧저가주택이 쑥…아파트값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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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은 물론이고 서울 아파트값까지 다시 상승 폭이 커졌다. 전세난은 인정했지만, 그동안 ‘집값은 잡았다’던 정부의 주장이 무색하게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다섯째 주 전국 아파트값은 0.24% 오르며 상승세가 이어졌다. 전주(0.23%)보다 상승 폭이 조금 커졌다. 두 달 넘게 큰 변화가 없던 서울 아파트값도 전주(0.02%)보다 상승 폭을 키우며 0.03% 올랐다.

중앙일보

아파트값 다시 꿈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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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지난 7‧10대책 이후다. 정부가 보유세와 함께 취득세까지 대폭 올리면서 세 부담이 확 커진 영향이다. 이후 아파트값 상승 폭이 작아지면서 지난 8월 말부터 10주간 상승률 0.01%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아파트값 상승 폭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세금‧대출 규제를 쏟아냈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90%)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조세와 준조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지난달 25일에는 지난해보다 평균 두 배 이상 오른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날아들며 ‘세금 폭탄’은 현실이 됐다. 지난달 13일엔 신용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강화되면서 자금 마련 통로가 꽉 막혔다.

그런데도 아파트값 상승 폭이 다시 커진 데는 ‘보편증세’가 아닌 ‘핀셋증세’의 풍선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차별적 증세가 9억원 미만의 중‧저가 주택으로 수요를 몰리게 했다는 것이다.



강북권 중·저가 상승



감정원의 자료를 보면 중·저가 아파트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에선 노원구(0.04%)와 강서구(0.04%), 중랑구(0.03%), 구로구(0.03%) 등의 아파트값 상승 폭이 전주보다 각각 0.01%포인트씩 높아지며 오름세를 주도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세금 인상으로 강남권(고가) 집값을 잡아 전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생각과 달리 결과적으로 강북권(중‧저가)의 가격 상승 폭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오름세를 뒷받침하는 것이 30~40대다. 그동안 주택매매시장의 핵심 연령층은 50대였다. 하지만 무게 중심이 30~40대로 기울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3일 발표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연령대별 매수자 특성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의 30~40대 매수 비율은 60.8%로, 50대 이상(30.6%)의 두배 수준이다.

생애최초주택 마련 연령도 평균 39.1세로, 2016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비교적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30~40대가 신용대출을 통해 ‘영끌’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견조한 주택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난에 떠밀려 집을 사는 수요도 늘고 있다.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7월 31일 이후 4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91% 올랐다. 이달 다섯째 주에도 0.15% 올라 높은 상승률이 이어졌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강남구(0.04%)와 송파구(0.03%), 서초구(0.03%)가 모두 전주보다 각각 0.01%포인트 올랐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몸값이 소폭 오르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도 “종부세 부과와 신용대출 DSR 강화 방안 등으로 고가 단지 위주로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저가 단지나 재건축 추진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집값은 규제 아니라 수급으로 움직여”



시장에선 규제 약발이 떨어졌다고 본다. 서울 논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24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공급과 관련해 정부의 묘수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며 “결국 믿을 건 ‘똘똘한 한 채’라고 생각한 수요가 슬슬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지만, 정부는 여전히 장밋빛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제1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지역이 강보합세를 지속하는 등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은 규제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다주택자 등이 집을 처분해 시장에 매물이 돌 수 있도록 거래세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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