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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임종석이 발끈한 에이브럼스, 임기 마치고 한국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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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연합사령관이 지난달 2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ㆍ미연합사령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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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최근 차기 한ㆍ미연합사령관으로 폴 라캐머러 태평양육군사령관 지명 사실을 한국 측에 통보하면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도 2년여 임기를 마치고 내년 초 물러날 예정이다.

2018년 11월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의 후임으로 부임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전임자에 비해 ‘소신 발언’을 많이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와 함께 '586그룹' 등 여권 일각의 비판을 받으며 한·미 갈등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올해 5월 창작과 비평 대담에서 “유엔사가 말도 안 되는 월권을 행사하려 한다”며 “(남북협력사업을) 통과하는 거 확인만 하면 그만인 것을 통과를 시킬지 말지를 무슨 권한이 있는 것처럼 한다. 빨리 정상화해야 할 문제”라고 노골적으로 날을 세웠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한 대학 강연에서 “남북관계에 가장 큰 장애물은 유엔군사령부”라고 발언했고,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급기야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 유엔군사령부라는 것은 족보가 없다. 남북관계에 간섭을 못 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됐다.

한 민간 소식통은 “이런 인식 차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부임하기 전부터 있었지만,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순항하던 2018년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대화가 교착되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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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고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백수(白壽. 만 89세) 행사에서 백 장군을 기다리고 있던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두손으로 악수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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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외교부 조세영 1차관도 지난 6월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유엔사령부의 역할과 지위도 (한·미) 동맹 진화에 있어 중요한 주제”라며 유엔사의 지위와 역할 변화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띄웠다. 정부 사이드에서 유엔사의 역할 변화를 언급한 건 매우 이례적이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권 전환 등 민감한 현안에도 '솔직 발언'을 이어갔다.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교착 국면에선 '김칫국 트윗'으로 주목을 받았다. 4월 초 정부 고위 관계자 발로 “협상이 곧 타결될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오자,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트윗에 “김칫국 마신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연합사 측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한국어 구문과 은유를 배우고 있어서 새로 배운 표현을 올린 것뿐”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또 주한미군 군무원들의 무급휴직 결정을 영상 메시지로 전달하기도 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달 국방부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에 대해 “2년 내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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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왼쪽) 주한 미국대사와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해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초청 오찬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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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북측의 비무장지대(DMZ) 내 남측 휴전선 감시초소(GP) 총격 사건과 관련, 유엔사가 “북한과 한국군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며 국방부와 배치되는 결론을 낸 배경엔 한국 조사결과에 대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군사적 관점에서 제 목소리를 낸 것이 소신 발언이나 정치적 발언으로 비친 측면이 있었다”면서 “유엔사령관은 한반도 방어에 실질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법적 책임 당사자다. 여권 일각에서 유엔사를 평가절하하는 시도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외교가에선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함께 해리스 주한 미 대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퇴임과 맞물려 조만간 물러날 것으로 예상한다.

박용한·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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