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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역린 건드렸다"…中, 공산당원 비자 제한에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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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원·가족 2억7,000만명
美입국 사실상 차단... '핀셋' 타격
7월 총영사관 맞폐쇄 때도 주저
中, "정치 탄압...美의 오만" 반발
화웨이 멍완저우 석방 협상 시작
한국일보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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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중국 체제의 핵심인 공산당을 직접 겨냥해 ‘역린’을 건드렸다. 중국과 총영사관을 맞폐쇄하며 ‘단교’까지 거론할 때도 미국이 끝내 주저했던 카드다. 다만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이어서 양국 모두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퇴로는 열어두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의 미국 방문비자 유효기간을 최대 10년에서 1개월로 줄이고 비자 발급을 1회로 제한하는 조치를 전날 시행했다”고 전했다. 앞서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거론한 ‘비자 금지’에서 ‘비자 제한’으로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5개월간 묵혀 놨던 고강도 조치를 뒤늦게 꺼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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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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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거칠게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강한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뿌리 깊은 냉전적 사고로 중국 정치를 더욱 탄압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중국 내에서는 “증오를 부추기고 중국인을 간첩으로 매도하는 것”이라며 “1979년 수교 이후 미국과 최악의 상황”이라는 격앙된 반응도 터져 나왔다. 2018년에 미국을 방문한 중국 여행객은 300만명에 달한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 공산당과 중국 대중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핀셋’ 타격의 일환이다. 핵심인 공산당을 흔들면 중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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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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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공산당원은 중국과 떼놓을 수 없는 중국 그 자체라는 것이다.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해온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중국 당원은 친족관계만으로도 중국사의 반쪽과 연결돼 있다”며 “공산당을 중국이나 중국 인민과 분리해 공격하려는 주장은 미국의 환상이자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공산당원은 9,200만명, 가족까지 합하면 2억7,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아랑곳없이 트럼프 정부는 대중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는 기업의 증시 상장을 차단한 것도 그 일환이다. 존 랫클리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은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인민해방군을 대상으로 인체 실험을 하고 미 의회 의원과 보좌관 수십 명을 노려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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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 중국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달 26일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대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자택을 나서고 있다. 밴쿠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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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격하게 충돌하면서도 양국은 물밑에서 관계 개선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WSJ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의 조건부 석방을 놓고 미 법무부와 중국 간 협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혐의를 인정하면 기소유예로 풀어주는 것이다.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돼 가택 연금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이자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이기도 하다. 그의 중국행이 차단된 지난 2년 간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극에 달했고, 미중 양국은 무역전쟁과 기술전쟁을 연달아 치르며 관계가 악화됐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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