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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승진한 박정호 부회장, SK텔레콤에서는 왜 사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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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직함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
SK텔레콤 대표이사로 부회장 승진에는 대외적 부담감 커
지주회사 전환 뒤 분리될 통신사업 회사 대표는 ‘사장’ 유지할 듯

박정호 SK텔레콤(017670)사장이 지난 3일 그룹 인사를 통해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000660)의 부회장직을 겸하게 됐다. SK텔레콤 대표이사로서는 대외적으로 사장 직함을 유지한다.

박정호 부회장은 SK그룹과 SK하이닉스에서는 부회장으로 불리고, SK텔레콤 사장 자격으로 대외 행사 등에 나서면 사장으로 불리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조선비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 /SK텔레콤 제공




4일 SK그룹에 따르면, 박정호 부회장의 공식 직함은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이다.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에서는 그룹 부회장으로서 ICT위원장을 맡는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경영을 총괄하며 ICT부문 계열사 경영을 관장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인사로 인해 박정호 부회장이 SK하이닉스 공동 대표이사(CEO)로 등기될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SK그룹측은 선을 긋고 있다. 대표이사 취임은 3월 SK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사안이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다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주총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 선임이 결정될 때까지 이목을 끌지 않겠다는 스탠스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이 당분간 SK하이닉스보다는 SK텔레콤 경영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부회장은 SK텔레콤 대표이사 직급을 사장으로 유지하는 배경에 대해 통신업계가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SKT 등 통신업계가 추구하는 ‘다운사이징(down sizing)’ 분위기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내부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독립시켜 분사한 후 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SK텔레콤이 대표이사 직급을 부회장으로 올리는 것은 조직 슬림화에 집중했던 최근 몇 년 동안의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기간 통신업자로서 규제 산업인 통신사가 대형화를 추구하면 더 많은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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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있는 SK서린빌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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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통신업계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의 대표이사가 부회장급으로 올라가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대(對) 정부 협상에서 대표성을 나타내야 한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있다. 과도한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의 그룹 내 위상이 올라갔음에도, SK텔레콤 대표이사는 사장직함을 유지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다른 경쟁 통신사 모두 사장 대표이사 체제로 가는 상황에서 SK텔레콤 대표이사를 부회장직으로 올리는 것도 부담이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초 사장 대표이사 체제였던 SK텔레콤과 달리 KT(030200)LG유플러스(032640)는 구현모 대표, 황현식 대표 선임 전까지 각각 회장, 부회장 대표이사 체제였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현재 사장 대표이사 체제로 탈바꿈했다.

SK텔레콤 내부적으로는 중간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의 통신사업부문은 MNO(모바일 네트워크 오퍼레이션) 사업부의 9개 컴퍼니 체제로 정리됐다. 통신사업은 별도 마캐팅 컴퍼니를 지향하는 MNO 사업부로 편재해놓고 나머지 AI, ICT계열사 사업조정 부문은 별도 조직으로 CEO를 보좌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만약 SK텔레콤의 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이 구체적으로 추진될 경우 MNO 사업부 산하 조직은 모바일 마케팅 사업을 수행하는 사업회사로 이관되고, 나머지 AI(인공지능) 사업 및 ICT계열사 사업 조정을 담당하는 조직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투자회사로 이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시 MNO 사업부만 별도의 통신 서비스 회사로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미리 조직개편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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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투자 제공



SK텔레콤은 규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내년 중에는 중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 박 부회장은 신설되는 지주사의 대표이사로 ICT계열사를 관장하고, 존속하는 SK텔레콤 사업회사 대표이사는 사장급이 경영을 책임지는 구조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 박정호’라는 어색한 직함을 만든 것은 ICT계열 중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럼 앞으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을 어떻게 호칭하면 될까.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그룹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사장이나 부회장 어떤걸로 호칭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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