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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걸린 사람 못 봐 코로나 안 믿어"...현실화된 '예방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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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9개월 만에 600명대 확진, 독일 하루 사망 최다
독일 질병청 "코로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미 NPR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초래 할 수도" 지적
한국일보

3일 열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을 맡았던 교사들이 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주차장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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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확산 시 방역이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 두기와 격리 지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로타 빌러 소장의 말이다. 독일의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성공적인 초기 방역이 도리어 코로나19 재유행을 불러 왔다고 토로한 것이다. 성공적인 초기 대처로 많은 이들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이나 존재조차 의심하게 됐다는 이른바 '예방의 역설'이다.

"주변에서 코로나19 환자 못 봐 바이러스 존재까지 의심"

한국일보

로타 빌러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 소장이 3일 베를린에서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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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독일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함께 빌러 소장의 말을 전했다. 독일은 지난 한 달 내내 하루 1만1,000명~2만3,000명 가량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날에도 2만2,000명이 새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사망자 수는 1일 하루에만 487명을 기록해 하루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일 도입한 부분 봉쇄를 이달 20일까지에서 내년 1월 10일까지 연장하기로 한 상태다.

빌러 소장은 "어떤 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을 접할 일이 없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규모를 이해하지 못했고, 바이러스의 존재를 부인하는 경우까지 생겼다"며 "이것이 바로 예방의 역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와 벨기에가 코로나19 예방 지침을 준수해 확산세를 줄여가고 있는 것과 달리 독일은 확산세가 정점을 찍고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 망설이다 K방역 성과 허비할 수도"

한국일보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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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대응의 모범이라며 'K방역'으로 칭송 받아 온 국내의 코로나19 확산 상황도 심상치 않다. 국내 일일 확진자가 9개월여 만에 600명대로 다시 올라섰고, 서울의 신규 확진자는 29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의료체계 붕괴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는 컨테이너 임시병상과 자치구 생활치료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편의점 등 생활필수품 판매처 등을 뺀 전 업종의 운영을 오후 9시 이후 중단하는 사실상의 야간 통행금지 계획도 내놨다.

K방역에 주목해 온 외신들은 이번 한국의 코로나19 3차 유행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3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늘었지만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망설임으로써 '스스로 만든 기준을 어겼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진 사례가 많지 않지만 결정적인 행동 하나가 그동안의 성과를 헛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NPR에 "순간적인 판단 착오나 통제력 상실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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