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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급격히 떨어지는 환율…수출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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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050원대 갈 수도…수출기업 채산성 악화 우려

“원화보다 위안화 가치 더 올라…수출 영향 제한적” 의견도

세계파이낸스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반면 우리 경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위안화 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어 생각보다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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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즈=안재성 기자]원·달러 환율이 2년 6개월만에 1080원대로 내려간 가운데 앞으로도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원화 가치만 뛴 건 아니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수출 기업 55%, “원화 강세여도 상품 단가 조정 불가능”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9원 떨어진 1082.1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어제 1100원선이 무너진 데 이어 하루만에 1090원선까지 깨진 것이다. 환율이 1080원대까지 내려간 것은 지난 2018년 6월 이후 약 2년 6개월만이다.

앞으로도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환율 1100원선이 깨지면서 하락 쏠림이 강해질 수 있다”며 “대외환경도 하락 요인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의회와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 부양 의지가 뚜렷하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초당파 의원들이 제안한 908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 시행안을 양원 협상을 위한 토대로 삼기로 했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은 곧 달러화 약세로 연결된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더는 필요 없을 때까지 양적완화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환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1050원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수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원화 가치가 상승할수록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혹은 가격을 유지한다 해도 채산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수출 실적 50만달러 이상을 기록한 801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6.7%가 내년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칠 이슈로 환율 변동을 꼽았다. 특히 응답 기업 가운데 54.7%는 원화가 10% 넘게 강세를 나타내도 상품단가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답해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을 모니터링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수출 상황을 종합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보다 높은 위안화 가치 상승폭

반면 현재의 원화 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의 주 원인이 달러화 약세이다 보니 원화 가치만 상승한 건 아니다”며 “따라서 수출 경쟁력이 반드시 약화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초 대비 지난달까지 중국 위안화 가치는 5.8% 뛰어 원화 가치 상승폭(4.5%)을 능가했다. 엔화 가치 상승폭(3.9%)도 원화가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경쟁국 수출 물가도 오르고 있으므로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한 수출 둔화 위험은 낮다는 분석이다.

임 연구원은 또 “하반기 들어 환율이 하락세이나 수출물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수출이 회복기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 흑자는 116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9월(123억4000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수출(469억9000만달러)도 조업일수 기준으로는 증가했다.

임 연구원은 “반도체, 전기차, 가전, 바이오 등의 업종은 내년에도 환율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출 등 우리 경제가 개선되면서 원화 가치가 오른 부분도 있다”며 “따라서 환율 하락이 곧 수출 부진으로 연결될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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