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알아서 하겠다" 檢소환뒤 휴가낸 측근···이낙연 종일 말 아껴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모 당대표 비서실 부실장의 빈소에 조문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막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민주당 핵심관계자) 4일 더불어민주당에는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전날 밤 전해진 이낙연 대표 최측근(이모 당대표실 부실장) 부고 소식에 숨죽이며 상황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다수였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나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설왕설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픔에 동요하기보다는 “자초지종을 모르겠다”(수도권 재선),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중앙당 당직자)는 반응이 잇따랐다.

이 대표는 오전 8시30분쯤 오영훈 당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슬픔을 누를 길 없다. 유가족들께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낸 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최고위원회의에 나타났다. 한 참석자는 “대표 개인적인 일이다. 오늘 회의에 대표가 불참한다는 말은 사전에도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에서는 “대표 주변 상황이 국회 일정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 등을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는 태도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검찰 수사나 이 부실장의 죽음에 관한 말을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기필코 공수처를 출범시켜 검찰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개혁 입법을 12월 9일까지 반드시 완료하겠다”고 선포했다.



“고인은 지역 사람”…경위는 물음표



중앙일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인이 된 이 부실장은 지난 9월 민주당 중앙당직을 받았다. 현재 민주당 대표 비서실에 세 명의 실장(비서실장·정무실장·메세지실장)이 있는데 부실장은 대표가 필요에 따라 사람을 두는 자리다. 이 대표의 광주·전남 지역 조직을 관리해 온 이 부실장은 최근 일부 교수들을 조직해 이 대표의 공부 모임을 꾸리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이 부실장이 지역에서부터 대표를 오래 모셨다고 최근 합류했는데 미루어 짐작만 할 뿐 구체적인 역할은 알려진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부실장은 정무적 직책이면서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한마디로 서러운 자리”라고 했다.

이 대표가 초선 의원이던 2000년대 초반 합류한 이 부실장은 전남지사가 된 2014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리당원 확보 과정에 당원 2만여 명의 당비 3000여만 원을 대납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살기도했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모든 걸 자신이 짊어지고 옥살이를 했다”고 표현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이 대표의 곁은 한 번도 떠나지 않았고 정치인생 마지막까지 함께 할 인물로 꼽혀 왔다”고 말했다.

4·15 총선 사무실 복합기 임차료를 옵티머스 관련 업체로부터 지원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달 중순께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자 2주 전 당에 휴가를 내고 “내가 변호사를 선임해 알아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사라졌다고 한다.

중앙일보

옵티머스 자산운용 관련 업체로부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를 지원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비서실 이모 부실장이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종로구 이낙연 대표 사무실에 놓인 복합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이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행적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 등에 대해선 아는 이를 찾기 어렵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 동석한 변호사 말에 따르면 조사 내용이 평이했고 강압 정황도 없었다고 한다”며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월 40만~50만원 하는 복합기 비용 대납과 사무실 인테리어비 1000만원 등이 현재까지 알려진 혐의의 전부였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했다.

평소 고인와 가까웠다는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함께 이겨내자 굳게 약속했는데 뭐가 그렇게 억울했나”라는 글을 올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이날 일찌감치 빈소를 찾은 박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만나 “이 부실장은 아버지가 안 계셨고 홀어머니 손에 컸기 때문에 더욱 가족들의 마음이 찢어질 것”이라며 “성실하고 아이디어도 많아 이 대표가 무척 아끼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심새롬·김효성·하준호 기자 saerom@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