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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약 5억년 전 심해 해양생물 시력이 진화 경쟁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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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절지동물 '라디오돈트' 겹눈 화석 상당한 시력 가져

연합뉴스

'아노말로카리스' 브릭시 복원도
[Katrina Kenn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5억여 년 전 고대 바다를 누볐던 해양 생물인 '라디오돈트'(radiodont)가 이미 상당한 시력을 갖고 있었으며, 이런 시력이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진화 경쟁을 촉발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시기는 오늘날 주요 동물의 초기 형태가 대부분 출현해 폭발적으로 진화하던 이른바 '캄브리아 폭발' 때로 시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호주 뉴잉글랜드대학 존 패터슨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라디오돈트의 겹눈 화석을 분석해 얻은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라디오돈트의 일부 종이 이미 빛이 닿지 않는 1천m 이상의 심해에서 적응하는 등 정교한 눈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라디오돈트는 절지동물 군에 속하는 생물로 당시 바다를 장악하고 있었다. 종(種)은 상당히 다양하지만, 머리 쪽에 마디가 있는 한 쌍의 긴 다리가 달려있고 오징어와 같은 몸체에다 톱니 모양의 이빨을 가진 둥근 입이 배 쪽에 나 있는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라디오돈트는 "방사형 이빨"(radiating teeth)이라는 의미를 갖고있다.

약 100년 전 처음으로 라디오돈트의 화석이 부분적으로 발견돼 복원이 시도되면서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괴물"이 등장하기도 있으나 이후 온전한 화석들이 발굴되면서 생김새는 물론 다양한 종과 생태 등도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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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로카리스 브릭시의 겹눈 화석과 눈 중앙부위 수정체 확대 상상도(오른쪽)
[John Paterson 제공]



연구팀은 라디오돈트 화석의 보고가 돼온 호주 캥거루섬의 에뮤 베이 퇴적암 지층에서 30개가 넘는 라디오돈트의 겹눈 화석을 찾아내 이의 진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지난 2011년에 진행한 연구 때 찾아내지 못한 겹눈 화석의 주인을 찾아냈다.

당시 약 5억1천300만년 전 겹눈 화석을 분석해 두 편의 논문을 '네이처'(Nature)에 발표했지만 지름 1㎝ 겹눈 화석의 주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게처럼 눈자루를 가진 겹눈만 라디오돈트의 한 속(屬)인 '아노말로카리스'(Anomalocaris)의 것으로 특정했다. 아노말로카리스는 크기가 1m까지 자라며, 지금의 백상아리와 같은 고대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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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자루 겹눈을 가진 아노말로카리스
[Katrina Kenn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당시 밝혀내지 못했던 겹눈 화석의 주인을 '아노말로카리스' 브릭시(briggsi)로 규명했다. 새 속명이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A'. 브릭시의 겹눈은 지름이 4㎝에 달하는 것이 발굴됐으며, 눈 중앙의 수정체들이 다른 부위의 수정체보다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심해의 아주 희미한 빛에서도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 앞다리의 형태로 포식자인지, 여과섭식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의 위치에 따라 이를 구분할 수 있다면서 포식 라디오돈트는 눈자루 끝에 눈이 달린 반면 여과섭식 라이오돈트는 머리 표면에 눈이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패터슨 교수는 "겹눈 시각시스템을 갖게되면 주변 환경을 더 잘 감지하게 된다"면서 "시각의 발달은 포식자와 사냥감 간의 진화 경쟁을 부채질해 현재 보고있는 것과 같은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상호작용을 형성하는 것을 도왔을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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