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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현직 판사들 연일 '판사 사찰' 문건 비판… 檢 vs 法 여론전 확장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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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뒷조사 문건, 재판 독립성 침해 위험 커”

세계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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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혐의중 하나로 제기한 대검찰청의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판사들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를 제안한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를 시작으로 현직 판사들은 법원 내부망을 통해 이 같은 문건이 재판의 공정성을 방해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검찰과 사법부의 여론전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성훈(48·사법연수원 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 글을 통해 “판사 뒷조사 문건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며 “이에 관해 논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중립성에 해가 되지 않으며 더 큰 공익에 봉사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일단 판사 뒷조사 문건에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라는 것은 문서 작성자가 어떤 경위로 알게 된 것인지 수사기록에서 불법적으로 온 것인지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상황에 대해 전국법관회의 또는 법원행정처의 적절한 의견 표명, 검찰의 책임 있는 해명,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적 조치 및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봉수(47·31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도 전날(3일) 내부망에 “재판장에 대한 정보 수집은 가능하지만 그 주체는 공판 검사여야 하고 정보수집 범위도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 정보로 제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판사의 사적 정보를 대검이라는 공공기관이 수집, 보관하는 등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일부 검사들이 주장한 근거규정을 살펴봤으나 판사 개인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판사에 대한 사적인 정보 수집은 다른 부정한 목적을 위해 활용할 의도가 아니라면 이를 수집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행처럼 수집해 왔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경근(56·22기) 청주지법 부장판사도 같은날 대검이 ‘판사시찰 의혹’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감찰부를 상대로 역조사하는 것을 두고 “독재정권·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기시감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관대표회의가 독립성 침해 우려를 표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원칙적인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고 법관대표들의 논의를 촉구했다.

세계일보

앞서 장창국(53·32기)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검찰이 증거로 공소 사실을 증명하기보다 재판부의 성향을 이용하여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하는 시도조차도 검사의 객관 의무에 반할 뿐만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소위 사법농단 관련 수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오는 7일 예정된 법관대표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장판사의 이런 제안에 동료 부장판사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내면서 판사들이 대검의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오는 7일 비대면으로 예정된 법관대표회의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 117명으로 구성된 판사 회의체로 회의 규정상 당일 10명 이상의 법관대표가 한 사안을 제안하면 안건으로 논의될 수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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