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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평가원 “한국사 20번, 특이점 없어… 과거에도 이런 문항 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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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3점' 6번 문제 보기, 오답 끌어내려는 출제 의도 보여

“패턴 같아… 문제 될 것 없다”는 평가원 해명, '절반'만 맞아

세계일보

지난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출제위원장인 민찬홍 한양대 교수가 출제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수어통역, 출제위원장인 민찬홍 한양대 교수, 수능검토위원장인 정인실 한서대 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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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쉬운 난도로 변별력 상실 논란에 휩싸인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영역 20번 문항에 대해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문제 검토 과정에서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해당 문항의 답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도록 출제한 데 대해 “다른 3점짜리 문제도 전체적으로 패턴이 같았다”고 해명했다.

평가원 측은 4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평가원 측 관계자는 ‘검토 과정에서 한국사 20번과 관련해 이의제기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확인 결과 (검토 당시) 특이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능은 문제를 낸 뒤 1차 검토, 전문가 교차 검토 등 다수의 검토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사 20번 관련 이의제기가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사 20번 문항은 보기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1992년 1월10일 연두 기자회견 연설 중 남북 평화를 희망하는 내용을 발췌한 뒤 선지에서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골라야 하는데, 정답인 5번 ‘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했다’를 제외하고 1∼4번은 고려∼조선 등 현대와 동떨어진 전혀 다른 시대의 정책들이 소개됐다. 이에 국사에 관심이 없어도 1번 ‘당백전 발행’ 2번 ‘도병마사 설치’ 3번 ‘노비안검법 시행’ 4번 ‘대마도(쓰시마섬) 정벌’ 등의 내용을 보면 초등학생도 쉽게 답을 골라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평가원 측은 ‘과거에도 이런 문항이 출제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관련해선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나와 있기 때문에 출제가 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사 20번 문항이 남북 평화 관련 내용으로 출제되자 일각에서 ‘현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이에 반박한 것이다.

평가원 측은 해당 문항이 ‘매력적인 오답’을 철저히 배제한 데 대해서는 “3점짜리 문항들을 보면, 전체적으로 선택지가 시대별로 편중돼 있지 않고 여러 시대로 나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번 문항처럼 정답이 확연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시대의 선지를 오답으로 구성하는) 패턴은 같았다”고 덧붙였다. 정도의 차이일 뿐,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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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확인 결과 평가원의 이같은 해명은 ‘절반’만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번과 같은 배점·유형인 한국사 6번(홀·짝수형)의 경우 보기에 고려시대 공민왕의 사례를 제시하고 공민왕 재위 기간 중 있었던 사실을 고르는 문제로, 선택지에는 고려시대가 아닌 조선·근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6번 문항은 정답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게끔 같은 고려시대의 선지(4번 이자겸의 난)도 포함해 오답을 끌어내려는 출제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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