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文, 측근 ‘3철’ 첫 기용… 국정 장악력 높여 정국난맥 돌파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文대통령, 4개 부처 장관 교체 의미

김현미, 24번 대책에도 집값 못 잡아

靑 경질설 부인… “원년멤버 소임 다해”

민심 이반 심화에 ‘3철’ 전면 부각

전해철 등판시켜 쇄신 적극 나설 듯

秋 법무는 일단 개각 대상서 빠져

秋·尹 갈등 사태 당분간 지속될 듯

2021년 초 사태 정리 후 추가 개각 전망

野 “오기·사오정 개각… 국면전환용”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단행한 개각은 최근 부동산정책 실패와 밀어붙이기식 ‘윤석열 징계추진’에 따른 비판여론 속에 지지층 이탈 조짐이 보이자 국정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정책 기조를 큰 틀에서 바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개각 대상에서 빠지면서 ‘추·윤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 기대대로 여론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는 경질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김 장관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더불어 ‘원년 멤버’로서, 재임 내내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컸다. 아파트 가격 폭등과 청년층의 ‘영끌 매수’, ‘패닉 바잉’ 등 부정적인 신조어를 양산하면서 정부에 부담을 줬다는 지적이 컸다. “(일산의) 저희 집은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말을 했다가 ‘빵투아네트’라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후임 등 여러 고위직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만큼 단순히 ‘경질’로 보기는 힘들다는 반론도 있다. ‘더 크게 쓰려고 돌을 아껴 놓는’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경질설’을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장관은 원년 멤버로 소임을 다했다”며 “새로운 정책에 대한 수요가 있어 변화된 환경에 맞춰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기 위한 변화”라고 말했다.

후임에 내정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공급 정책에 조금 더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변 내정자는 3기신도시의 지구 지정, 공공전세 공급, 국내 민간 건설사의 해외진출 지원 등에 적극적이었다. 청와대가 변 내정자에 대해 “기존 정책 효과를 점검하면서 양질의 주택공급을 더욱 가속화하는 등 현장감 있는 주거 정책을 만들어 서민 주거 안정,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실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데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자는 ‘3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의 전면 부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다. 문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인 ‘3철’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권력과 일정 거리를 둬왔다. 최근 ‘추·윤 사태’ 등 국정 난맥상으로 여론조사 지표가 악화함에 따라 국정 장악력을 위해 3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친문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청와대에 입성할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다.

전 내정자는 경찰 개혁에 대해 “자치경찰제를 중심으로 한 경찰청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경찰이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년 보궐)선거 관리를 해야 하는 부처로서 당연히 엄중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물러나는 ‘빵투아네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경기 의왕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철도산업발전간담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김 장관은 역대 국토부 장관 중 최장수인 3년5개월여 동안 재직하면서 굵직굵직한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주택시장 안정엔 실패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이날 개각으로 민심 상황이 수습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등 이슈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추 장관도 강공을 누그러뜨릴 것 같지 않다. 여권에서는 내년 초쯤 ‘추·윤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돼야 추 장관 퇴진을 포함한 추가 개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번 개각에 대해 야당인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내고 “오기 개각, 사오정 개각, 개(改)각 아닌 개(慨)각”이라고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국민이 그토록 교체를 원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빠졌다”며 “문재인 정권 4년 가까이 엉망이 된 국정을 고칠 의지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그냥 국면전환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한국갤럽은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취임 후 최저치인 3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39%를 기록한 것은 조국 사태 당시인 지난해 10월 셋째주, 부동산 여론이 악화했던 올해 8월 둘째 주 이후 세 번째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현준·장혜진 기자 hjunpar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