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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英, 백신 접종 작전···접종 센터에 쌓인 비장의 '피자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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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다음주 화이자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

까다로운 백신 관리 위해 '접종 허브' 건설

獨 센터 입장부터 접종 시간까지 상세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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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까지 독일 전역에 들어설 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 내부 모습. 독일 베를린에 있는 아레나 베를린 행사장에서 지난 3일 공개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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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코로나19 터널을 지나는 인류에게 다음 주는 운명의 한 주다.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발표대로라면 화이자 백신은 임상 최종 단계인 3상에서 95%의 면역 효과가 있었다. 백신이 코로나19로부터 인류를 해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승인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한다. 대규모 접종이란 또 다른 고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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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은 다음 주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접종을 시작한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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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은 전례 없는 '접종 작전'이 필요하다. 유전물질인 mRNA(메신저 리보핵산)로 만든 이 백신은 영하 70도 환경에서 운송·보관돼야 한다. 병원·보건소에서 맞던 기존 백신들과는 접종 환경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준비 과정에서 한 단계라도 삐끗하면 백신이 전부 쓸모없게 돼버리기 때문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화이자 백신은 어디서 어떻게 맞게 될까.



英, 군대 동원해 축구장·경마장 '백신 허브'로 개조



당장 다음 주부터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영국은 경마장, 축구장, 테니스장, 풋볼 경기장 등 10곳을 '백신 허브'로 개조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이들 장소를 대규모 백신 접종을 위한 전용 센터로 만드는 데 군대까지 동원했다. 코로나 시대에 발길이 끊긴 장소들이 백신 접종으로 다시 생명력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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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로 개조되는 영국 엡섬 경마장.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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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래프는 영국의 모든 주요 도시들에 대규모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전용 센터들이 들어서고, 전역에 소규모 접종이 가능한 장소들이 1000곳 정도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백신 접종 뒤엔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센터에 15분간 머물러야 한다. 제임스 케이브 약물치료학회지 편집장은 텔레그래프에 "한 시간 동안 감기 백신은 500명 접종했다면, 코로나19 백신은 40명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화이자 백신을 4000만회 분 구매했고, 이중 올해 연말까지 1000만회 분(1인 2회 접종, 500만명)을 접종하는 게 목표다.

김우주 교수는 이처럼 별도의 백신 센터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효율성과 안전성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저온 냉동고 등에 백신을 보관해뒀다가 많은 사람에게 체계적으로 접종하고 부작용 모니터링까지 하기 위해선 이런 전용 센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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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접종 센터로 변모할 영국 런던의 엑셀 센터.[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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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함께 화이자 백신을 개발한 독일 전역에는 이달 중순까지 수백 곳의 백신 접종 센터가 생길 예정이다. 독일은 이달 중 첫 백신 접종이 목표다.

베를린시의 경우 아이스링크, 공항 터미널, 콘서트장, 무역 박람회장 등 6곳이 백신 접종 센터로 재탄생한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센터 한 곳에서 하루 최대 약 4000명씩 접종할 수 있다. 베를린시는 초반 백신 접종 물량의 80%를 화이자 백신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獨 "안내장·신분증 지참, 접종 뒤 30분 모니터링"



준비성 철저하기로 소문난 독일은 벌써 백신 접종 과정에 대한 상세한 계획까지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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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시의 백신 센터 책임자인 알브레히트 브롬메가 지난 3일 센터 구조도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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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매체 RND, DE24 NEWS 등에 따르면 베를린시의 백신 센터 설립은 전직 베를린시 소방서장이었던 알브레히트 브롬메가 총괄한다. 그가 센터 장소를 고를 때 우선 고려한 것은 대중교통 접근성이다.

센터는 크게 등록 공간, 대기 공간, 접종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접종 대상자는 발송된 안내장과 문진표, 신분증을 지참해야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브롬메는 "접종 대상자가 아닌 사람은 센터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센터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철저한 거리 두기를 하면서 접종 순서를 기다린다. 자신의 순서가 되면 부스 안으로 들어간 뒤 의자에 앉아 의료진으로부터 백신을 접종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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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 접종이 다음 주부터 영국에서 시작된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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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은 분실을 막기 위해 '비밀 장소'에서 영하 70도 환경에 보관된다. 센터 안으로 가져온 뒤엔 해동해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즉시 투약한다.

백신 접종에는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독일에선 부작용 모니터링을 위해 접종자는 30분간 센터에 머문다. 이에 한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는 데는 총 한 시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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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 설립을 총괄하는 알브레히트 브롬메가 레고 블록과 피규어로 센터 내부 구조를 조립해 본 것이다. 접종 대상자들은 센터 안에서 철저한 거리 두기를 한 채 순서를 기다리다가 작은 부스 안에 들어가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 접종에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접종 뒤 부작용 모니터링을 위해 접종자는 센터에 30분 정도 더 머물게 된다.[RND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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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롬메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병목 현상 없이 접종하기 위해 부스와 공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고민하면서 고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백신 센터 내부 구조를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레고 블록과 피규어를 조립해 보이기도 했다.







냉동고·드라이아이스 수요 급증



화이자는 영하 70도 환경에서 15일간 백신 보관이 가능한 특수 박스를 개발했다. 일정 기간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는 이유에서 '피자 박스'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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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을 영하 70도 환경에서 보관해 줄 화이자가 개발한 특수 박스. 뒤로 초저온 냉동고가 보인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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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방 크기의 이 박스에는 드라이아이스가 들어가고, 온도 감지 센서와 분실에 대비한 GPS 추적 장치가 있다. 이 박스 하나에 최대 5000회분의 백신이 들어간다. 따라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화이자 측은 냉동고와 같은 별도의 시설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 냉동고에 넣으면 수명이 6개월로 연장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 NPR 등이 전했다. 이런 이유로 화이자 백신을 배송하는 미 물류업체들은 앞다퉈 냉동고를 구매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주로 병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병원들도 냉동고 확보에 나섰다. 냉동고 가격은 대당 한화로 약 1300만~2200만원이다.

WP는 코로나 사태 초기 개인 보호 장비와 산소 호흡기가 그랬던 것처럼 백신 접종을 앞두곤 냉동고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냉동고 제작 업체 관계자는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대규모로 보급하기 위해선 냉동고 약 5만 대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화이자 백신을 영하 70도 환경에서 보관 가능한 장소를 300곳 정도 마련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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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드라이아이스 업체에서 생산한 드라이아이스. 초저온 백신 보급을 위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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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드라이아이스 업체에서 생산되는 드라이아이스. 스파게티 면 모습과 비슷하지만 알고 보면 드라이아이스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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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온 유지의 핵심인 드라이아이스 수요도 급증했다. 미 드라이아이스 업체들은 밀려드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 화물 업체 UPS는 드라이아이스 자체 생산까지 나섰다. 영국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냉동식품 배달 증가로 가뜩이나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부족 현상이 벌어지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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