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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구시대 유물 '공인인증서' 대신 뭘 써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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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편집자주] 머니가족은 나머니씨 가족이 일상생활에서 좌충우돌 겪을 수 있는 경제이야기를 알기 쉽게 전하기 위해 탄생한 캐릭터입니다. 머니가족은 50대 가장 나머니씨(55세)와 알뜰주부 대표격인 아내 오알뜰씨(52세), 30대 직장인 장녀 나신상씨(30세), 취업준비생인 아들 나정보씨(27세)입니다. 그리고 나씨의 어머니 엄청나씨(78세)와 미혼인 막내 동생 나신용씨(41세)도 함께 삽니다. 머니가족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올바른 상식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 재테크방법, 주의사항 등 재미있는 금융생활을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머니가족]공인인증제도 사라져…금융인증서, 사설인증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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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가족/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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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머니씨는 딸 신상씨가 휴대폰에 얼굴을 비춘 뒤 30초 만에 돈을 보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옆에 있던 아들 정보씨는 패턴으로 기역(ㄱ)자를 그려 은행 앱(애플리케이션)을 켰다. 머니씨가 공인인증서 얘기를 꺼내자 자녀들은 “옛날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말정산 등 관공서 업무를 보거나 금융거래를 할 때 필요했던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진다. 반드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했던 공인인증제도가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폐지되면서다. 개정안은 10일부터 시행된다.

당장 올해분 연말정산부터 공인인증서가 아닌 민간기업의 사설인증서를 써도 무방하다. 프로그램 설치, 사용 방법 등 면에서 여러모로 편리해졌다. 금융회사 접속도 한결 간편해졌다. 금융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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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서명법 개정안, 뭐가 달라지나/이승현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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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유발' 공인인증제도, 21년 만에 역사 속으로

1999년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독점적인 지위 탓에 기술 발전이 더뎠다. 이 때문에 ‘짜증 유발’로 여겨졌다. 설치부터가 문제였다. 액티브 엑스(Active X) 같은 프로그램을 웹사이트별로 깔아야 해서다. PC 중심이어서 스마트폰 시대에도 맞지 않았다. 특수문자를 포함해 10자리 이상의 비밀번호를 인증해야 하는 점도 골칫거리였다.

금융거래도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A은행의 인증서를 B은행 앱에 깔려면 두 은행의 인터넷뱅킹 창과 모바일뱅킹 앱을 몇번씩 왔다갔다하는 수고가 따랐다. 유효기간도 1년뿐이어서 해마다 갱신하는 것도 일이었다. 이 때문에 돈을 송금하려다 막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제는 법 개정으로 많은 게 달라진다. 액티브 엑스를 비롯한 설치 프로그램이 필요 없고 모바일 기반이라 간편하다. 인증도 생체정보를 활용하거나 PIN(간편 비밀번호)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 자체도 없어지나?…금융인증서 새 탄생

그렇다면 ‘구시대 유물’ 공인인증서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기존에 이용하던 공인인증서는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쓸 수 있다. 유효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공인 아닌 ‘공동’인증서란 이름으로 계속해서 쓸 수 있다.

공인인증서 사용에 익숙해 특정 민간기업의 인증서를 고르기 어렵다면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공인인증서 발급기관이었던 금융결제원은 공인인증서 폐지에 발맞춰 은행권과 손잡고 금융인증서를 새로 내놓았다.

금융인증서는 현재 우리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10일부터는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다른 은행에서도 발급 가능하다. 금융인증서를 금융결제원 클라우드에 보관한 뒤 PC나 모바일에서 이용하는 방식이다.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깔 필요가 없고 복잡한 비밀번호 대신 6자리 숫자, 패턴, 지문 등을 쓰면 된다. 유효기간이 3년이고 자동연장도 가능해 갱신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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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PASS) 발급건수 추이/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패스, 페이코, KB인증서…빛 보는 사설인증서



간편함의 대명사로 통하는 사설인증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정부는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를 홈택스 연말정산, 정부24, 국민신문고 등 공공웹사이트에 도입하는 내용으로 시범사업을 벌인다. 후보 사업자로 PASS(패스), 카카오, KB국민은행, NHN페이코, 한국정보인증이 선정됐다.

통신3가 만든 본인인증 앱 패스는 지난달 발급 건수 2000만건을 돌파했다. 올해 초엔 1000만건이었는데 그새 2배가 늘었다. 지문 등 생체인증을 하거나 6자리 핀 번호를 입력해 발급받는 패스 인증서는 3년간 무료로 쓸 수 있다. 패스는 간편하면서도 보안성을 갖췄다. 휴대폰 가입 정보를 기반으로 명의 인증, 기기 인증을 이중으로 거치기에 휴대폰을 잃어버릴 경우 인증서 이용이 차단된다.

패스는 공공분야, 금융생활에서 두루 쓸 수 있다. NH농협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도 패스 인증서를 도입했다. 동양생명보험, KB손해보험, 흥국생명 등 보험사에서는 보험 가입문서를 간편하게 조회할 때 패스 인증서를 쓴다.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서’가 독보적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일찍이 사설인증서를 탄생시켜 이달까지 560만명 고객의 선택을 받았다. 국민은행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도 휴대폰, 신분증만 있으면 영업점 방문 없이 약 1분 만에 발급 가능하다. KB손해보험, KB생명보험, KB저축은행, KB증권, KB국민카드 등 KB금융그룹 다른 계열사에서도 쓸 수 있다.

아이폰 페이스아이디, 지문, 패턴 등으로 로그인하는 방식이다. 보안카드나 OTP 없이 6자리 비밀번호만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점이 가장 간편하다. 유효기간이 없어 때마다 갱신하지 않아도 된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도 보안기술을 적용했다.

다른 은행들도 인증서 출시에 앞서 간편 인증 서비스를 도입하느라 분주하다. 하나은행은 앱 ‘뉴 하나원큐’에서 휴대폰 종류에 상관 없이 얼굴 인증으로 로그인할 수 있게 서비스를 마련했다. IBK기업은행은 기존 거래 고객이 신분증 없이 은행 영업점을 왔을 때 본인 확인이 가능하도록 ‘IBK디지털 본인인증’ 서비스를 출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사설인증서 등 인증 부문에서 무한경쟁이 예상된다”며 “경쟁이 심화하면서 편리성, 보안성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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