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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北語사전] 북한 병원이 자랑하는 '먼거리의료봉사'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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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기사에 등장한 '렌트겐'·'병력서'…그 뜻은?

[편집자주]'조선말'이라고 부르는 북한말은 우리말과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北語(북어)사전]을 통해 차이의 경계를 좁혀보려 한다.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지난 2일 삼지연시 인민병원을 두고 "지방인민병원의 표준"이라며 치켜세웠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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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 내 보건·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기사가 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에게 생소한 의료 용어가 기사에 종종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먼거리의료봉사실에서는 중앙병원과 화상전송체계를 이용하여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 방법을 협의하고 있다."

지난 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삼지연시 인민병원 개건 소식을 전하며 '먼거리의료봉사실'을 홍보하고 나섰다. 그런데 먼거리의료봉사는 어떤 의료 시스템을 말하는 걸까.

먼거리의료봉사는 '원격 진료' 방식의 의료 형태를 말한다. 중앙병원의 의사가 화상을 통해 지방병원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다.

남한에선 큰 병에 걸렸거나 혹은 더 유능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은 환자들은 서울의 유명 병원을 직접 찾곤 한다.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환자가 중앙병원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는 북한 주민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수도 평양은 일반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은 중앙과 전국의 모든 병원을 화상으로 연결하는 먼거리의료봉사체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지방의 환자들도 상급병원의 전문의에게 손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015년 1월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우리 공화국에서 먼거리의료봉사체계가 커다란 은을 내고 있다"라며 "중환자들에 대한 치료대책을 상급병원 전문 의사들과 협의를 통해 의견들을 서로 교환하여 현지에서 자체로 치료할 수 있게 하고 있다"라고 자랑한 바 있다.

다만 '조선말대사전'에는 먼거리의료봉사라는 말이 등재돼 있지 않다. 화상 기술 도입이 최근 활성화된 만큼 아직 사전에는 정식 단어로 올라있지 않은 듯하다.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일 삼지연시 인민병원의 첨단의료설비와 각종 검사설비를 자랑하고 나섰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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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검사 설비들이 갖추어진 병원에서 환자들은 렌트겐과 복부 초음파를 비롯한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있다."

같은 기사에 실린 '렌트겐'이란 단어도 낯설다. 렌트겐은 우리가 보통 '엑스선(X선)' 혹은 '엑스레이(X-ray)'라고 부르는 복사선을 의미한다.

조선말대사전은 렌트겐을 두고 "파장이 매우 짧고 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물체도 잘 뚫고 나가는 전자 복사선"이라며 "의학에서 사람의 몸 안을 비춰 보거나 금속 제품의 흠집을 찾아내는 데 쓰인다"라고 설명한다.

북한이 엑스선을 렌트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엑스선을 발명한 사람의 이름이 '빌헬름 뢴트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뢴트겐선'이라는 단어가 같은 뜻으로 등재돼 있다.

"1층에 있는 구급과에서는 의사들이 환자의 전자병력서를 놓고 진찰한 다음 해당 전문 과들에 안내하고 있었다."

북한 병원에서 활용되는 '병력서(病歷書)'는 환자의 병증과 치료 경과에 관한 종합적인 기록을 뜻하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병력서라는 단어가 실려 있지만 남한에서는 보통 '차트(chart)'라는 말을 사용한다.

아울러 북한에서 병력서를 전자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조선말대사전에도 '전자병력서(電子病歷書)'라는 단어가 따로 올라 있으며 "의사가 진찰할 때 증상이나 처치, 투약기록, 검사 결과 등을 기록하는 진찰록을 전자화한 것"이라고 설명돼 있다.

■ 먼거리의료봉사
= 원격 진료 시스템.

■ 렌트겐(렌트겐선)
= 엑스선(X선) 혹은 엑스레이(X-ray). 의학에서 사람의 몸 안을 비쳐보거나 금속제품의 흠집을 찾아내는데 쓰이는 전자 복사선.

■ 병력서(病歷書)
= 환자의 병력을 적은 문건.

■ 전자병력서(電子病歷書)
= 의사가 진찰할 때 증상이나 처치, 투약기록, 검사의 결과 등을 기록하는 진찰록을 전자화한 것.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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