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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국토장관 김현미, 작년에 떠났다면 집값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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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철도산업발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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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끝내 치솟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3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2017년 6월 임명된 김현미 장관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라는 비판 속에 퇴진하지만, 국토부의 첫 여성 장관이자, 최장수 장관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서민주거 안정 집중"… 24번 부동산대책 발표


2017년 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 등 투기 세력으로 지목하며 “서민 주거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정부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2017년 8ㆍ2 대책과 2018년 9ㆍ13 대책, 2019년 12ㆍ16 대책, 올해 7ㆍ10 대책 등 24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연달아 냈지만 부동산 가격 불안 해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토부가 공식 통계로 인용하는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김 장관이 취임한 2017년 6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6.32% 올랐다. 하지만 감정원의 다른 실거래가 통계와 민간기관 통계를 보면 서울 집값은 같은 기간 40~60% 가량 급등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김현미표' 규제 대책은 점점 규제 대상을 넓혔음에도 현실에선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집값은 서울, 수도권뿐 아니라 규제 지역을 벗어난 지방 도시에서도 오르는 ‘풍선 효과’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 8월 새 주택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제ㆍ전월세상한제) 전격 시행 이후로는 전세대란이 촉발되면서 수요자들의 ‘패닉 바잉(공포 속 매수)’ 현상이 더 심해지기까지 했다.

김 장관은 줄곧 "서울의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말해 왔으나 올해 시장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주택공급 확대에도 적극 나섰다. 3기 신도시와 용산 정비창 등 주택공급을 위한 신규택지를 지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세난에 대응하고자 2022년까지 임대주택 11만4,000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11ㆍ19 전세대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의 주택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숱한 어록 양산


김 장관은 높은 관심 속에 숱한 어록도 만들었다. 서울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아파트 공급이 많아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 현안질의에서 나오자 김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라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아파트를 빵에 비유한 발언을 두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에 빗대 ‘빵투아네트’라는 조롱 섞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지만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김 장관은 일찌감치 청와대에 사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작년 3월 개각 때에도 국토부 장관에서 내려와 4월 총선에 출마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당시 장관 내정자였던 최정호 전 국토부 2차관이 다주택자 논란 속에 낙마하면서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게 됐다. 김 장관이나 부동산 시장 모두 '혹시 작년에 물러났다면 지금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남게 하는 대목이다.

김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지만 공직 사회에선 신망을 받았다는 평가가 많다. 선이 굵어 과감하게 결단하고 추진력 있게 업무를 수행한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다만 야당 국회의원의 질문 공세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불통'과 '고집' 이미지를 남긴 건 흠으로 평가 받는다. 국토부 업무 중 가장 비중이 큰 주택 정책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이 본인에게는 무엇보다 뼈아프게 남을 전망이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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