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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스물스물] "검찰에 검사만 있는 게 아닙니다" 검찰수사관 관련 책 최초로 내놓은 김태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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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매일경제

1992년부터 쭉 검찰수사관으로 근무 중인 김태욱 씨. 검찰수사관 관련 책을 3권 출간했다. 지난달말 김태욱 씨가 출근하기 전에 집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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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부터 30년 가까이 검찰수사관으로 근무 중인 김태욱 씨는 '어쩌다 보니 기회가 돼서' 책을 3권 출간했다. 철학소설 형식의 <소크라테스고발사건수사기록>, 검찰수사관에 관한 안내서인 <어쩌다 검찰수사관>이 있다. 올해 펴낸 검찰수사관 에세이인 <검찰수사관내전>도 있다. 그는 틈틈이 인터넷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다.

작년 <어쩌다 검찰수사관>이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검찰수사관에 관한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시민들은 검찰수사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대로 '검찰수사관을 검사의 비서쯤'으로 생각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이에 분개해서 김태욱 씨는 책을 쓰게 됐다.

매일경제가 김태욱 씨를 서면·전화 인터뷰 했다. 매일경제가 이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김태욱 씨는 '검찰청에서는 서적 출판할때도 신고해야 하고, 언론 인터뷰도 신고해야 해서 총무과 통해서 기관장 결재 받느라 좀 늦었다'고 며칠만에 답을 보내왔다. 김태욱 씨는 처음에는 '요즘 검찰이 하도 시끄러워서' 인터뷰가 조심스럽다고 했지만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1992년에 검찰수사관으로 임용되었습니다. 사무국에서 몇 년 근무하다 계장으로 승진한 후에는 특수, 강력, 형사부 등에서 수사를 담당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저런 사건 수사를 참 많이 했네요. 지금은 나이가 들어 수사는 힘들고 해서 2년 전부터 사무국에서 근무하고 있고, 지금은 검찰행정업무를 하는 부서인 검찰계장을 하고 있습니다.

Q: [스물스물] 독자 분들을 위해 검찰수사관의 역할을 알려주시자면?

A: 검찰청에는 검사 2000명, 검찰수사관 6000명, 그리고 실무관, 행정관 2000명 가량 있습니다. 즉 검사 외에 8000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청 하면 검사만 언급되다보니 검찰에는 검사만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나, 검사 외 직원은 모두 검사의 비서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검찰수사관은 검사도 아니고 경찰도 아닌 존재입니다. 검찰수사관이라고 호칭을 하지만 법에 규정된 정식 직위도 아닙니다. 사법경찰관리로서 검찰청 검사실에서 실제 수사를 하고는 있으나 경찰과 달리 독립적으로 수사를 할 수 없습니다. 검사가 수사하는 사건의 수사보조자로만 되어 있지요. 현실적으로는 검사실에서 거의 대부분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수사의 보조자일 뿐입니다.

Q: 수사관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 있을까요?

A: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사명감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형법, 형사소송법 등 법률지식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고 다양한 분야의 독서는 검찰수사관에 임용된 후 사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Q: 검찰수사관은 어떻게 채용되나요?

A: 2021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일정은 2020년 12월 4일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공고돼 있습니다. 공고된 일정은 5급은 2월경 원서접수, 3월경 시험예정, 7급은 3월경 원서접수, 7월경 실시예정, 9급은 2월경 원서접수, 4월경 시험이 예정돼 있습니다.

선발인원과 시험과목은 2021년 1월초 관보 및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공지될 예정입니다. 2021년 검찰수사관의 채용인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2020년 에는 검찰직 5급 2명, 7급 10명, 9급 170명이었습니다.

Q: 앞으로 계속 책을 쓰실 건가요?

A: 글 쓰는 것은 계속할 생각입니다. 이제 퇴직도 몇 년 남지 않았고, 시골집이지만 전원주택 비슷한 것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전원생활하면서 글을 계속 쓰고 책도 출간할 생각입니다. 소설도 생각하고, 에세이도 생각하고 있는데 소설은 검찰수사관이 주인공인 대중소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가장 쓰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검찰사에서 검찰수사관의 탄생과 연혁을 흥미롭게 써보고 싶습니다. 검찰수사관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거의 없더라구요. 대한민국 검찰사에 대한 자료는 전부 검사에 대한 자료 뿐이고, 검찰수사관에 대한 언급은 몇 줄 정도 밖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몇 장 쓰면 자료가 바닥날 것 같아서 시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Q: 검찰수사관의 장단점은 무엇이신지요?

A: 검사가 월 평균 100여 건의 사건을 처리할 때 검찰수사관이 조사하는 사건은 월 평균 10~20여 건 정도될 겁니다. 검사는 기록을 보고 최종판단을 하게 되지만, 수사관은 사건기록에 뭔가를 채워넣는 업무를 해야 합니다. 기록 검토, 증거 확보, 조서 작성 쉽지 않아요. 이 일을 입사 몇 년 차부터 오십대까지 해야 합니다. 오십 넘으면 눈도 침침하고 머리도 녹슬어서 조사업무는 너무 벅찹니다.

아 물론, 보람도 있습니다. 사회에서 격리 시켜야 할 악질 범죄자들을 힘들게 증거를 찾아내 구속하거나, 정말 어렵사리 오랜 기간 검토해서 무고한 사람의 억울함을 해결해주면 뿌듯한 맘이 들기도 합니다.

Q: 최근에 수사 환경이 많이 달라졌는지요?

A: 예전엔 압수수색을 하거나, 계좌추적을 하면 어지간한 증거는 확보되었지요. 요즘은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머리를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압수수색을 해도 수첩이나 메모지에 증거를 남겨 놓은 사람들이 별로 없지요. 수사기관의 수사방법이 전부 언론에 보도되기 때문에 수사방법을 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 환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피조사자의 인권이 중시되다보니 피조사자가 수사에 비협조적이면 수사를 계속 진행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소환일정도 거의 피조사자의 일정에 맞춰줘야 하고, 일과시간 이후에 조사도 어려워졌습니다. 변화되는 수사환경에 맞춰서 수사방법을 진화시키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겠지요.

내년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면 수사환경이 한번 더 크게 바뀔 것입니다. 검찰수사관들의 업무를 소개한 <어쩌다 검찰수사관>은 내년부터 변화된 업무절차로 인해 개정판을 낼 예정입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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