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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中 반도체 굴기 막아라···美, SMIC '피말리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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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무부 생산 장비·재료 등 공급사슬 끊기 이어

국방부도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금줄 차단 압박

'中 아킬레스건' 반도체 자립 물거품 만들려는 의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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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든 중국 최대 반도체 회사 SMIC(중신궈지·中芯國際)를 집요하게 때리고 있다. 미 상무부가 자국 업체들이 SMIC에 반도체 생산 설비와 재료 등을 자유롭게 팔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시작한 가운데 미 국방부까지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자국 자본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로 한 것이다.

지난 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SMIC, 중국해양석유(CNOOC), 중국국제전자상무중심그룹(CIECC), 중국건설기술(CCT) 4개 중국 회사를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으로 간주하고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이로써 미 국방부가 관리하는 중국군 연관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총 35곳으로 늘어났다.

새로 목록에 오른 기업 중 특히 눈에 띄는 곳은 SMIC다. SMIC는 중국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반도체 자급’ 실현의 최전선에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다. 이 회사는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팹리스)로부터 주문을 받아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5G 통신용 칩 같은 다양한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든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전까지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전문 자회사 하이실리콘도 SMIC의 큰 고객이었다. SMIC는 사실상 중국에서 상품성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양산하는 유일한 업체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미국의 기술 압박에 곤란함을 겪는 중국은 대규모 공적 자금을 직접 투자하고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전폭적으로 이 회사를 밀어주고 있다.

이 회사는 아직 글로벌 업계 4위 수준으로 세계 1·2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나 삼성전자와의 기술력 격차는 크다. 삼성전자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이미 7㎚ 제품을 이미 양산 중이지만 SMIC는 첨단 미세 공정으로 구분되는 14㎚ 제품을 겨우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아직 55㎚, 65㎚, 0.15㎛(마이크로미터), 0.18㎛급이다.

중국이 기를 쓰고 SMIC를 살리려는 것과 반대로 미국은 5G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이던 화웨이(華爲)에 이어 SMIC를 정조준하고 있다. SMIC를 향한 미국의 제재는 궁극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미국의 SMIC 제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집행되고 있다. 우선 미국 상무부는 지난 9월부터 수출통제조례(EAR) 규정에 근거해 자국 업체들에 SMIC에 반도체 생산 설비와 재료, 소프트웨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때 사전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미국 업체들이 허가를 받으면 SMIC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는 있지만 이런 규제를 도입한 취지 자체가 SMIC를 대상으로 한 수출을 막겠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식각, 세척, 이온 주입, 박막 침적, 검사 등 거의 모든 반도체 생산 과정에 걸쳐 SMIC는 미국산 설비와 재료에 크게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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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무부의 제재가 SMIC의 공급사슬 끊기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새로 나온 국방부의 제재는 SMIC의 자금줄에 제약을 가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방부의 조치가 당장 SMIC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투자자들은 SMIC 등 국방부가 지정한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의 주식을 살 수 없게 된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최대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와 블랙록 두 곳만도 SMIC 지분의 4%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상장사인 SMIC의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SMIC의 향후 자금 조달에도 지장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7월 상하이 증시 과학혁신판 상장으로 7조원대 자금을 조달한 SMIC는 계속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해 오는 2021년 10㎚, 2023년엔 7㎚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여서 지속적인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반도체 분야는 중국의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이다. 화웨이 제재 때부터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약점을 집요하게 때리는 모양새다.

중국은 현재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AP와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부터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반도체 제품을 수입에 의존한다. SMIC에서 주로 생산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선진 제품 수준과는 거리가 멀고,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 계열사인 YMTC(長江存儲·창장춘추) 등이 일부 생산하기 시작한 낸드플래시메모리 제품의 양도 아직은 글로벌 시장 규모 대비 극히 미미하다. 중국의 작년 반도체 집적회로 수입액은 무려 3,055억달러(약 333조원)에 달했다.

중국 지도부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에도 미중 신냉전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지난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19기 5중전회(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 자립 노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한편, SMIC는 미 국방부의 블랙리스트 지정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본 회사는 (블랙리스트 지정에 따른) 영향을 평가 중”이라며 “각 투자자들은 투자 위험에 주의해 달라”고 밝혔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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