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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국토부 수장으로 오는 진보학자 변창흠…어떤 변화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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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도입 제언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도 강하게 주장

"참여정부, 평등주의 신념을 정책에 과도하게 적용"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됨에 따라 앞으로 주택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변창흠 후보자는 LH 사장 이전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사장을 지내며 이미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지만 원래 세종대 교수로서 부동산 문제에 진보적인 시각을 보여준 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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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변 후보자는 학자 시절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을 통칭하는 '공공자가주택'을 적극 도입할 것을 제의했고, 임차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H 사장 시절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 변 후보자는 SH로 가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뉴타운 정책을 신랄히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부동산 개발이익의 철저한 환수와 공동체 중심의 원주민 내몰림이 없는 개발에 대한 강력한 소신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에 '꽂힌' 변창흠

변 후보자는 2007년 LH 주택도시연구원에 제출한 '공공자가주택의 이념적 근거와 정책효과 분석' 논문에서 당시 실패로 귀결되던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주 주택 제도 등을 공공자가주택이라고 정의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이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땅의 소유권은 정부에 남겨두고 건물만 팔아 분양가를 낮추는 제도이며, 환매조건부 주택은 건물의 처분권만 제한해 매각할 때 LH 등 공공에 되팔게 하는 제도다.

당시는 정부가 두 제도를 도입하고 시범사업까지 벌였지만 호응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될 때였다.

하지만 변 후보자는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등 2개의 제도만으론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자가주택이면서 분양가가 낮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공공자가주택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변 후보자는 2014년에도 공동 저자로 참여한 '민주 정부 10년, 무엇을 남겼나'에서 다시 공공자가주택 도입을 촉구했다.

당시 그는 "공공택지를 분양할 때 저렴한 분양가를 전제로 한 토지 분양제도와 공공자가주택 제도의 도입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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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출석한 변창흠 내정자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인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0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자가주택에 대한 강한 신념을 보여 온 변 후보자가 국토부 수장으로 오게 되면 공공자가주택, 즉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 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 '뉴타운, 법치주의 자체를 무시한 정책실패의 악순환' 혹평

변 후보자는 2015년 출간된 공동저서인 '실패한 정책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벌인 뉴타운 사업에 대한 혹평을 내놓았다.

그는 SH 사장 시절 뉴타운 사업의 대안으로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했고, 이는 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초석이 됐다. 도시재생 뉴딜은 뉴타운 사업과 같은 '전면 철거 후 개발' 방식을 거부하고 공동체 가치를 유지하면서 주거환경을 정비하는 사업 방식이다.

변 후보자는 저서에서 "뉴타운 사업은 구체적인 정책 목표도, 법적 근거도 없이 시행돼 개발이익 환수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집값만 올려놓았고 저렴한 임대주택의 멸실만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변 후보자는 "서울시 조례 없이 지정된 뉴타운 지구, 법률적 근거 없이 조례에 의해 추진된 뉴타운 사업은 많은 문제점을 유발했다"며 "법적인 근거 없이 사업을 추진한 것은 법치주의 자체를 아예 무시한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뉴타운 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02년 10월이나 관련 조례는 이듬해 3월, 관련 법은 2006년 7월 시행됐다.

그런데 뉴타운 대신 추진되고 있는 공공재개발 사업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변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조속히 풀어야 할 숙제가 될 전망이다.

공공재개발은 뉴타운 사업 실패 이후 방치된 강북권 낙후지역의 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돼 서울에선 후보지 모집도 진행되고 있으나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보류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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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참여정부, 평등주의 신념을 부동산 정책에 과도하게 적용"

변 후보자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 것은 평등주의와 균형주의 신념을 부동산 정책에 과도하게 적용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 정부 10년, 무엇을 남겼나' 글에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한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이같이 밝히고 "참여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라며 "이에 따라 강남의 다주택이나 고가 주택 보유자들을 투기세력으로 몰아붙이고 단기간에 과도한 조세부담을 정당화하고자 했다"라고 썼다.

그러나 변 후보자는 "참여정부는 주택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등 시장 투명화 정책을 펼쳤고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려 했으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그는 "참여정부는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래 경기 불황 극복을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 정책을 활용하지 않은 최초의 정부였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변 후보자는 완성하지 못한 부동산 제도 개혁 과제로 개발권 공유제, 토지비축제도의 확대, 토지보상제도의 개편, 개발이익의 근본적인 환수제도 등을 들었다.

특히 그는 여러 저서에서 개발이익 환수 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토부 장관이 바뀌어도 재건축 규제의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도입에 적극적

변 후보자는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는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2015년)에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도입을 촉구하며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인의 계약 거절권에 맞서 임차인이 민법상 임대인과 대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수적인 조치"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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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부 장관 내정자
[LH 제공]



변 후보자는 당시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에 대해 주거 불평등을 심화하는 현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때는 주택시장 침체와 함께 전세난이 가중돼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된 바 있다.

그는 "월세화는 임대차 시장의 선진화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가장 취약한 월세 가구에 임대료의 가중이라는 부담을 낳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 공급 정책과 관련, 양을 마냥 늘리는 것이 만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역별, 계층별, 연령별로 차별화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또 "주택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주거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라며 "주택 공급 과정에서 원주민에게 퇴거를 강요해 주거권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다른 서적에서도 개발 사업으로 인한 원주민의 내몰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LH에 와서 서울 영등포와 대전, 부산 등지에서 원주민의 주거를 보장하는 순환형 쪽방촌 정비 사업을 선보인 바 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원주민 보호 조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변 후보자는 사회주택이나 공동체주택 등을 주거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 정부 10년, 무엇을 남겼나' 글에서도 "세입자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상한제와 임대료 심사위원회 설치, 전세금의 안정적인 보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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