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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까이 온 코로나 백신, 일상 되찾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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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 정부도 제조업체와 막바지 협상… 투명한 정보 공개로 불안 해소해야

길고 긴 터널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당장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 정부는 백신 제조업체들과 막바지 협상 중이다. 백신은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아줄 수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2월 2일 기준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는 214개다. 임상시험 중인 51개 중 마지막 단계인 3상에 진입한 것은 11개다.

코로나19 백신을 허가한 최초의 국가는 영국이다. 지난 12월 2일 영국 보건당국은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화이자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12월 10일과 17일 각각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와 공동개발)의 긴급 사용을 승인할지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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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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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선두, 화이자와 모더나
화이자와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두에 서 있다. 화이자는 4만3000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시험의 최종 결과 95%의 코로나19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3만명이 참가했으며 효과가 94.1%라고 밝혔다. 참여자의 절반에게 백신을, 나머지 절반에 생리식염수로 만든 가짜 백신을 주사해 나온 결과다. 모더나의 발표를 보면 참가자 3만명 가운데 19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감염자 중 백신을 맞은 사람이 11명, 가짜 약을 맞은 사람이 185명이다. 백신 효능이 없다면 백신을 맞은 집단에서도 가짜 약 집단만큼 185명이 감염됐어야 한다고 가정한다. 백신 그룹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174명을 185명으로 나누면 94.1%의 예방효과가 나온다. 독감 백신 예방률 40~60%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모두 신기술인 mRNA(메신저 RNA) 방식이다. 기존 백신은 죽거나 약화된 바이러스 또는 바이러스의 단백질 조각을 항원으로 삼아 직접 몸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얻는 식이었다. m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을 둘러싼 돌기(스파이크) 단백질 정보를 가진 유전자를 몸속에 집어넣어 면역력을 갖게 한다. 이 백신을 맞으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면역세포들이 이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모두 2번 접종한다. 둘 다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mRNA 백신은 따로 단백질이나 바이러스를 배양할 필요가 없어 빠르게 제조할 수 있다. 다만 mRNA 구조가 깨지기 쉬워 굉장히 낮은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화이자 백신은 보관 조건이 영하 70도, 모더나는 영하 20도다. 화이자는 1회 접종당 가격이 20달러(2만2000원), 모더나는 25~37달러(2만8000~4만1000원) 정도다. 아직 mRNA 백신이 제품으로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은 이르다고 말한다.

두 백신 외에 주요한 백신 후보군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 노바백스 백신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존슨 백신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이용해 코로나19 유전자를 주입하는 바이러스 벡터(운반체) 백신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재조합 단백질(합성 항원) 백신으로, 코로나바이러스와 겉모습이 비슷한 단백질을 몸속에 주입해 면역 효과를 유도한다.

시노팜 등 중국이 개발 중인 백신도 3상 진행 중이지만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은 채 접종을 시작해 효과와 안전성에 의문이 나왔다. 죽은 백신을 인체에 투입하는 전통적인 불활화 백신(사백신)이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인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역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방법이 국제적인 기준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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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무슨 백신 맞나
정부는 백신 3000만명분 확보를 목표로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백신 1000만명분을, 기업과 개별 협상을 통해 2000만명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가을 독감 예방접종이 이뤄지기 전에 의료진과 고령자 등 우선 접종이 필요한 대상부터 접종을 끝내는 게 목표다. 현재 질병관리청이 백신 제조업체들과 협상 중이다. 이르면 12월 둘째 주에 기업을 통한 백신 선구매 현황을 발표한다.

그간 타국의 백신 선구매 계약 소식이 잇따르면서 한국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보건당국은 최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접종상황을 지켜보고 국내 접종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협상에서 불리하지 않은 여건이며 목표 달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백신 제조 기업들이 보안 유지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다”며 공식 발표 전까지는 정보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개발하는 백신 구매 계약을 마쳤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영상 2~8도에서 보관할 수 있어 유통이 쉽다. 2회 접종해야 하며 가격이 1회당 4달러(약 4500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게다가 SK케미칼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미 국내에서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으로선 이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백신도 생산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 3상의 중간결과에서 자사 백신이 70%의 면역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연구진 실수로 계획된 접종량의 절반을 맞고 4주 후 계획량대로 맞은 임상시험 참가자 3000명에게선 90%의 효과가 나타났다. 계획대로 두 차례 접종을 받은 9000명의 참가자에게서는 62%의 효과를 보였다. 두 가지 투약 방식에 따른 효과 평균이 70%다. 두 집단의 결과 차이가 크자 백신의 효능에 의문이 제기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1월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안전성에 대한 정보들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 mRNA 백신, 합성항원 백신 등 다양한 백신 제조방법에 따른 물량을 위험 분산을 위해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중국 등이 개발 중인 불활화 백신에는 “접근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나라들이 접종을 서두르는 만큼 접종 시기에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라도 빨리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접종해 코로나19 유행을 벗어나는 것이 인명피해를 줄이고 국민의 피로감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했다. 국민의 60%인 3000만명이 면역력을 갖추는 집단면역을 이루려면 정부의 백신 확보 목표치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기업들도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임상시험 1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러도 내년 말에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우 12월 말쯤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다고 보건당국은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년 봄에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마스크 없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학자가 아닌 기업가의 발언’이라고 평한다. 치료제만으로 코로나 청정국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누가 먼저 맞나… 마스크 벗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백신은 누가 먼저 맞게 될까.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둔 영국은 보건부 산하 백신 및 예방접종공동위원회(JCVI)의 지침에 따라 요양원 노인들과 간병인이 맨 먼저 백신을 맞을 계획이다. 이후 80세 이상과 보건의료서비스 종사자들이 맞고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순으로 이어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산하 예방접종위원회(ACIP)는 코로나19 백신을 의료계 종사자와 장기 요양시설 거주자에게 가장 먼저 접종해야 한다고 보건당국에 권고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접종을 위한 전문가 자문그룹’(SAGE)은 백신 접종을 위한 우선순위 로드맵을 제시했다. 사망률 감소, 의료 등 필수서비스 유지, 호혜성을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잡았다. 백신이 인구의 10% 정도만 확보됐다면 코로나 진료 현장의 의료인이 1순위다. 그다음 코로나19로 사망률이 높은 노인에게 접종한다. 백신을 인구의 11~20%쯤 확보했다면 고령층, 질병 등으로 사망 위험이 높은 사람, 빈민·장애인 등 취약계층, 백신 접종 요원이 백신을 맞는다. 20~50% 구간에서는 교사, 교직원, 경찰, 보건·교육 이외 분야 필수인력으로 넓어진다. 영유아와 청소년, 임산부 대상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이들은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보급은 종종 ‘경주’로 묘사된다. 하지만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싸움이다. 백신으로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전염시키지 않는 건지, 단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뿐인지도 지금은 알 수 없다. 우리가 백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때까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백신을 한상 가득 차려놔도 시민이 거부하면 소용없다.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홍기종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은 “모더나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을 구별하고 불안해하는 심리가 생긴 건 정보가 부족해서라고 본다”며 “개별적인 언론 보도 같이 잠깐 보고 취사선택하도록 만드는 정보가 아닌 더 많은 투명한 정보를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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