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오래된 인연”
‘첫 여성 국방장관’ 물망 플러노이 대신 선택
“바이든과 긴장·불일치 덜할 안전한 선택”
2015년 9월 당시 로이 오스틴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이 워싱턴의 의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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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바이든 행정부 첫 국방장관에 4성 장군 출신인 로이드 오스틴(67) 전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은 의회 인준을 통과할 경우 미 역사상 첫 흑인 국방장관이 된다.
<폴리티코> 등 미 언론은 7일(현지시각) 바이든 당선자가 오스틴을 국방부 수장으로 내정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다.
1975년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오스틴은 41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지난 2016년 4월 은퇴했다. 중동 쪽이 그의 전문 분야다. 오스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0년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이 됐다. 2012년에는 첫 흑인 육군 참모차장이 됐고, 2013년부터 퇴임 때까지 3년간 중부사령관으로 일했다. 중부사령관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예멘,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서의 미군 주둔과 작전을 책임지는 자리다. 그는 중부사령관으로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을 확장해가던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 퇴치 전략을 관할했다. 오스틴은 2015년 9월 의회 청문회에서, 이슬람국가에 대항하고자 미군이 5억 달러를 들여 훈련한 시리아 반군 대원 중 4~5명만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며 “(훈련 프로그램은) 실패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당시 부통령(2009~2017년)으로서 오스틴과 중동 문제 등 다양한 군사 현안에 대해 논의하며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시엔엔>(CNN)에 “두 사람은 서로 오랫동안 알아왔다”며 “일정수준의 편안함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선 직후까지만 해도 바이든 정부의 첫 국방장관에 여성인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이 유력하게 거명됐던 것을 고려하면, 오스틴 지명은 반전이다. 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에서 ‘첫 흑인 국방장관’으로 경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바이든 정부 첫 외교안보팀의 명단에서 핵심인 국방장관이 쏙 빠졌을 때부터 플러노이가 배제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진보 진영 안에서 플러노이가 지나치게 호전적이며,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라는 전략 컨설팅회사의 창업자로서 방산업체들과의 유착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내각에 흑인을 더 중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점도 오스틴 낙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방장관 후보군에는 역시 흑인으로 오바마 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낸 제이 존슨도 들어있었다. 그러나 존슨은 장관 시절 불법 이민자 가족 구금을 늘리고, 민간인 사망까지 초래한 테러리스트 용의자 대상 드론 공격을 승인한 전력 등으로 비판받아왔다.
바이든 당선자 인수위원회와 가까운 한 전직 국방 관리는 <폴리티코>에 오스틴이 플러노이나 존슨보다 국방장관으로서 대통령과의 긴장과 불일치가 적고 관계가 부드러울 것이라며, 바이든 쪽이 그를 ‘안전한 선택’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 주말 오스틴에게 장관직을 제안해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이 장관이 되려면 인준청문회 통과 외에도 의회의 협조가 하나 더 필요하다. 미국 법은 군인 출신은 퇴역 후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이 될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에, 현역에서 물러난 지 4년여 밖에 안 된 오스틴은 의회에서 이 법 적용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첫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도 당시 군복을 벗은 지 3년여 지났으나 의회가 예외로 해줬다. 바이든 당선자 쪽은 첫 흑인 국방장관 탄생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고려할 때 공화당도 오스틴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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