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드라이브스루로 만난 신터클라스
네덜란드 신터클라스 축제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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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럽 전체가 침체되고 우울한 분위기이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지난주 신터클라스 축일을 맞이해 코로나19 시대에 걸맞은 드라이브스루 축제가 열렸다.
◇ 산타클로스? 네덜란드에서는 신터클라스
신터클라스 축제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와 독일의 일부 지방에 남아있는 오랜 풍습으로 평생 가난한 아이들을 돕고 이웃을 구제했던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가 몰래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에서 시작된 축제다.
성 니콜라스의 네덜란드 발음인 신터클라스(Sinterklass)는 11월 중순 스페인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가득 싣은 증기선을 타고 도착한다고 알려졌다. 이 풍습이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산타클로스가 되었다는 설이 있으며 네덜란드에서는 신터클라스 축일인 12월6일이 아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보다 더 중요한 날이다.
신터클라스가 네덜란드에 도착하는 11월이 되면 네덜란드 전국은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네덜란드 어린이들은 1년 내내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12월6일에 성니콜라스 축제를 여는데 비해 네덜란드에서는 12월5일 저녁이면 모든 행사가 마무리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우선 각 자치단체에서 봉사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퍼레이드 행사를 준비한다. 항구나 하천이 가까운 도시에서는 증기선을 그대로 재현해 신터클라스와 그 옆에서 도우미 역할을 하는 블랙 피트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아이들에게 '페이퍼 노튼'이라고 불리는 계피 과자를 나눠준다.
네덜란드 신터클라스 축제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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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네덜란드 전역에 보존이 잘 된 성에서는 신터클라스와 블랙 피트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아이들을 위해 이 입장권을 구하려는 부모들의 열기로 공식 사이트는 한 달 전부터 마비가 되곤 한다.
◇ 코로나 시대 드라이브스루로 즐기는 신터클라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신터클라스 공식 행사가 취소됐다. 네덜란드 어린이들은 신터클라스와 블랙 피트를 작년처럼 길이나 학교에서 직접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했지만, 드라이브스루 축제를 통해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큰 창고나 주차장 등을 개조해 곳곳에 착한 일을 한 아이들 이름이 적힌 선물을 세워놓고, 익살스러운 블랙피트들이 자동차 안에 탄 아이들에게 손 인사를 건네는 정도였지만 코로나로 웅크러들었던 동심이 활짝 피는 순간이었다.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신터클라스 행사가 드라이브스루로 열렸다.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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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이브스루 축제는 또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지역 외식업체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주민들은 25유로(약 4만원)을 내고 지역 사회의 빵집, 식당, 초콜릿 가게 등에서 정성스럽게 마련한 간식거리 묶음을 구매할 수 있다.
◇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신터클라스 어린이방송
네덜란드의 한 어린이 방송채널은 신터클라스 저널(Sinterklaasjournaal)이라는 특별 어린이 뉴스를 방영한다. 2001년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신터클라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재미난 콩트 형식으로 묶어 방영한다.
아이들은 매일 저녁 6시 TV 앞에 앉아 신터클라스의 하루 일과를 방송을 통해 즐길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는 지난 20년간 바뀌지 않고 진행해왔기 때문에 부모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 이 프로그램에서는 신터클라스가 네덜란드 각 도시의 시장들과 인터넷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행사 계획을 세우고 회의를 하는 모습이 재치있게 그려졌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부모들과 교사들은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아름다운 풍습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12월 5일 저녁 아이들이 신터클라스에게 받은 선물을 풀어 볼 때 아이가 했던 선행, 개선해야 할 점 등을 운율에 맞추어 시나 짧은 편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12월5일 저녁이면 아이들은 선물과 함께 부모가 정성스럽게 쓴 시를 받는다.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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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한 문장 운율을 맞춰 쓰는 것은 부모들에게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아이들과 선물을 풀어보며 함께 글을 읽는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보람이 크다.
그 옛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선행을 베풀던 성니콜라스를 기리는 의미 깊은 행사로 네덜란드는 코로나가 할퀴고 간 상처를 보듬고 있다.
chahjli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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