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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이 전하는 `만원의 행복`…"허름한 맛집이 호텔보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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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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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냉면은 씹어 먹기보다 '마신다'고 합니다. 한 젓가락 먹을 때 면이 배 속과 입안, 그리고 냉면 접시에 동시에 있어야 제맛입니다."

경제관료 출신 중 내로라하는 미식가인 김석동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전 금융위원장·사진)가 지난달 서울 시내 맛집을 소개하는 책 '한 끼 식사의 행복'을 발간했다. 2016년 같은 제목의 책을 냈지만 출판사 폐업으로 절판됐다. 이후 재발간 요청이 쇄도하자 기존 책에 담은 91곳보다 많은 165곳을 일일이 직접 검증해 실었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책에서 소개한 맛집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기는 비법 보따리를 풀었다.

김 대표는 '국수주의자'라는 별명답게 면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실제 300여 쪽에 달하는 책 중 절반을 냉면 칼국수 막국수 잔치국수 우동 짜장면 짬뽕 등 면 맛집에 할애했다. 그중에서도 최애 메뉴는 고향이 원산인 어머니가 자주 해준 냉면이다.

김 대표는 "함흥냉면은 절대 가위로 잘라서는 안 된다"며 "면 재료인 고구마전분이나 감자전분이 배 속에서 쉽게 녹기에 호로록 마시듯 먹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마포 유명 냉면집은 얼음이 함께 나오는데, 가능한 한 빼서 먹는 게 풍미를 더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맛을 잘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얼음을 뺀 '거냉'으로 먹는다.

그는 음식도 재료에 따라 제철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평양냉면의 재료인 메밀이 늦가을에 추수되기에 마니아들은 마치 햅쌀처럼 갓 추수한 메밀로 만든 냉면을 겨울에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철 동치미에 면을 말아 먹은 것도 냉면이 겨울 음식인 또 다른 이유"라고 덧붙였다. 반면 그는 "칼국수는 애호박이 초여름에 나오기에 여름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맛집 책 재발간 이유로 "값비싼 음식이라고 꼭 맛있는 것은 아니며 싼값에도 얼마든지 맛있는 음식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책에 담은 165곳 식당의 음식 가격은 대부분 1만원 안팎이다. 그는 "2016년 '한 끼 식사의 행복' 초판은 당시 김영란법이 나오면서 (공무원) 후배들에게 나눠줄 용도였다"며 "1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얼마든지 맛있는 식사를 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내가 금융위원장에 있을 때에도 호텔 식당은 가지 않아 아예 호텔 멤버십도 만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괜히 손님을 접대한다고 호텔에서 값비싼 음식을 먹은 뒤 맛이 없고 기분이 헛헛해 주변 국밥집에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맛집에서 더 맛있게 먹는 정보를 공유해 외식 문화를 확산하려는 목적도 책에 담았다. 김 대표는 "예컨대 강남 유명 설렁탕집은 메뉴에는 없지만 '기름 빼고' '머리 고기만' '머리 고기 섞어' '조미료 빼고' 등의 다양한 주문이 가능하다"면서 "취향에 맞는 맛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실 맛집 책을 재발간한 것은 코로나19 덕이 컸다"고 밝혔다. 현재 역사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올해 예정된 연구 목적의 해외 출장이 모두 취소되면서 시간이 난 덕에 단골 식당들을 다시 일일이 방문한 것이다. 2018년 말 발간한 '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가 그의 대표적인 역사서다. 이 책은 지금까지 약 1만5000부가 팔렸는데 김 대표는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또 출판사 요청으로 제주도 맛집을 담은 책도 준비하고 있다.

[윤원섭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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