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어디서 뭐가 터질 지 모른다” 코스피 3100 깨진날, 한은이 던진 경고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주열 총재 “예상못한 쇼크땐 감당 불가”… 기준금리 0.5% 동결

“빚투(빚을 내서 투자)는 혹시 예상치 못한 쇼크로 조정이 오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주가가 3000포인트 고지를 넘어선 지 7일째. 개인 투자자들이 하루 평균 1조4000억원이 넘는 순매수 행렬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증시 과열에 대해 재차 경고에 나섰다.

조선일보

새해 들어 코스피가 3000P가 넘어가며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도 증가하는 가운데 코스피가 급락 마감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64.03포인트(2.03%) 떨어진 3,085.90. 코스닥은 전날보다 15.85포인트(1.62%) 내린 964.44에 마감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근 코스피 급등을 버블(거품)이다, 아니다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상승 속도가 과거에 비해 대단히 빠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려하는 것은, 너무 과속하게 되면 조그마한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신년사를 통해서도 “잠재된 위험이 올해 본격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면서 실물경제가 식어가는 와중에 연일 증시만 끓어오르는 괴리가 걱정스럽다는 메시지를 냈다.

개인 투자자들은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대규모 매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4조4763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로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신용대출 등 빚을 안고서 매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연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금리를 낮추면 좋지만, 가계와 기업 부채가 역대 최고로 불어나 있는 상황이고 빚투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릴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과속이라 조그만 충격에도 흔들릴 수”

이 총재는 이날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보이는 것을 유의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언론에서 ‘빚투’라는 표현을 쓰는데, 과도한 빚에 기반한 투자 확대는 우려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기준 금리를 현행 0.5%로 동결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에 비해 대단히 빠르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쇼크’ ‘조그마한 충격에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단기적인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북한과의 마찰 등 예상 밖의 지정학적 위험 발생, 코로나 백신 공급 차질로 주요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것 등을 말한다. 이 총재는 “이런 경우에는 얼마든지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바뀌면서 주가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현재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이 주가 급락에 크게 흔들릴 만큼 취약한 상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출 금리가 낮은 데다 평균 만기도 길어 가계부채 부실도 당장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가계부채 수준이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높았고,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상당히 가팔라졌기 때문에 부실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100조5000억원 불어 총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 14조원 순매수

이날 코스피는 2.03% 하락한 3085.90으로 엿새 만에 3100선이 깨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2조원을 훌쩍 넘는 순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순매도에 밀렸다. 연초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14조원이 넘는 기록적인 순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528억원, 13조5978억원을 순매도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가 급등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유독 심하고, 속도도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코로나 1차 대확산으로 세계 주가가 폭락했던 작년 3월 중순 이후 이달 14일까지 주요국 주가 상승률을 보면 미국(S&P500) 64.7%, 유럽(유로스톡스50) 42.9%, 중국(상하이종합) 29.9%, 일본(닛케이) 73.4% 등인데 한국(코스피)은 101.1%다. 올 들어서만 보면 이 국가들은 1~4%대 상승률을 기록 중인데 우리나라는 9.6% 급등했다.

◇은행·증권사 대출 조이기 나서

빚투 경고가 이어지자 은행과 증권사들이 신용대출 축소·중단에 나섰다. 신한은행이 16일부터 직장인 전용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2억원에서 5000만원 줄인 1억5000만원으로 낮춘다. 삼성증권은 13일부터 신용융자 중단에 들어갔고, 대신증권도 18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빚에 의한 주가 상승은 누군가 계속 새로 빚내 받쳐주지 않으면 유지가 안 된다”면서 “빚낼 여력, 즉 소득 증가는 더딘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이런 속도로 빚을 더 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