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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들에게 성별 말해주지 않은 호주 부부…"창의적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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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4살 생일 즈음 그(he)로 불러달라며 남성 선택

"성별은 결정된 것 아니고 개인이 선택하는 것"

부부 SNS에 '아동 학대' 등 비판하는 글도

연합뉴스

'창의적인 성교육' 호주 부부
카일(가운데), 브렌트 부부와 아들 주머. 인스타그램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호주의 한 부부가 갓 태어난 아들에게 스스로 성 정체성을 찾도록 해주겠다며 수년간 성별을 말해주지 않고 키운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구분할 수 없으며 게이, 레즈비언 등 동성애도 있다는 점을 아이가 알도록 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게 해주겠다는 게 이 부부의 교육 목표다.

16일 타임과 일간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미국 솔트 레이크 시티 출신으로 호주에 정착해 사는 아내 카일 마이어스와 남편 브렌트는 2012년 아들 주머를 낳았다.

이들 부부는 이후 아이에게 성별을 부여하지 않았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성별을 모르게 하기 위해 성기를 보여주지 않았다.

마이어스는 "우리는 주머에게 그들(they, them), 그들의(their)와 같은 성 중립적인 대명사를 사용했는데, 아들은 2016년 3월 4살 생일 즈음에 자신을 그(he, him)로 불러주길 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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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남자 아이 주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얼마 전 호텔에서 격리 5일째를 맞을 당시의 모습. 인스타그램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마이어스는 "우리의 양육 방법이 아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성별에 대한 의미를 더 정확히 알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머가 여성도 남근을 가질 수 있음은 물론, 남성도 여성의 음부가 있을 수 있고, 중성은 고환과 음부를 모두 가질 수 있음을 이해한다"면서 "또 어떤 아빠들은 임신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안다"고 말했다.

특히 마이어스는 "성별은 태어날 때부터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자신의 '성 창의적인 양육법'을 알게 된 후 지지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어스는 주머의 성 정체성에 대해 미리 추정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TV의 아이들 프로그램에서 소년, 소녀를 얘기할 때 주머는 '제3의성(nonbinary) 친구들'이라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마이어스는 주머가 자라면서 이런 독특한 교육의 영향으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생각을 더 확고히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주머는 4살 생일 이후 자신을 남자로 묘사하지만, 여전히 아들, 남자 조카 등의 단어보다는 성 중립적인 아이(kid), 형제(sibling)란 말을 더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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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엄마 카일 마이어스와 아들 주머
인스타그램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이런 교육 방법을 공유한 마이어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동 학대'라는 비판적인 댓글로 홍수를 이뤘으며, 심지어 직장에까지 아이를 키워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편지도 왔다.

마이어스는 온라인에서의 괴롭힘과 낯선 사람들과의 불통에도 불구하고 상당수는 나를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마이어스는 현재 '주머 양육(Raising Zoomer)'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가족의 일상을 소개하고 창조적인 성교육에 대해 상담도 해주고 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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