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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경찰은 조사중인데…"수사할 수 없다" 셀프 결론 낸 황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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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대전경찰청, 민원 접수·관련자료 검토 중

지난 13일 오후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최근 ‘식사 모임’ 논란을 빚은 황운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이 보낸 보도참고자료였다. “지난해 연말 전직 대전시장·기업인과 가진 식사 모임과 관련, 방역수칙 위반 등 어떠한 위법행위가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악의적이고 불필요한 논란과 의혹 보도가 이어진다며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언론보도가 무책임하고 무분별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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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국회의원(대전 중구)이 지난해 5월 29일 대전시 유성구 라온컨벤션호텔에서 열린 대전지역 제21대 국회의원 당선 축하 예배에 참석해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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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 의원은 지난달 26일 저녁 대전시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전직 대전시장, 후원회장인 기업인과 함께 식사했다. 닷새 뒤인 12월 31일 기업인(대전 847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밀접 접촉자였던 황 의원도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지만 잠복기 때문에 자가격리를 했다. 함께 있던 전직 시장은 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황 의원의 식사 모임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 이른바 ‘테이블 쪼개기’를 비롯한 방역수칙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식사 당시 같은 방(룸) 옆 테이블에 있던 3명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장 조사에 나선 대전 중구청은 “황 의원 일행은 금지 사항을 위반하지 않았고, 방역 절차상 큰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국민신문고에 "방역수칙 및 김영란법 위반 조사" 민원 접수



대전 중구청의 발표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7일에는 국민신문고에 ‘황운하 의원 일행의 감염병예방법 및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옆 테이블 손님 중 일부가 지인이었던데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같은 방에서 식사하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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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황운하 국회의원(대전 중구)과 전직 대전시장, 황 의원의 후원회장(기업인) 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했던 대전 중구의 한 식당 실내모습. [사진 대전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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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황 의원 테이블의 식사비용(15만~16만원)은 동석했던 기업인이 결제했다. 황 의원은 중앙일보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내 몫(5만원)을 현금으로 기업인에게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계산방식이 ‘관행’이라는 취지의 해명도 했다.



"민원인 주장 사실 아냐, 수사 요건 충족하지 않아"



경찰은 민원을 황 의원 지역구인 대전중부경찰서에 배당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상급기관인 대전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관련 서류를 검토 중이다. 제기된 민원이 수사 대상인지를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법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즉시 수사로 전환한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무혐의인지, 혐의가 있는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황 의원이 보도자료를 낸 시점은 사건이 대전경찰청으로 이첩된 직후다. 그는 자료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방역수칙 위반과 관련해서는 대전시청과 중구청에서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낸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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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국회의원(대전 중구)의 방역수칙 위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민원을 접수한 대전경찰청이 관련 자료를 검토 중이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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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의원은 “민원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설사 모두가 사실이라도 가정하더라도 이는 과태료 부대 대상이 명백하다”며 “범죄 혐의를 전제로 하는 ‘수사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경찰이 민원서류를 검토 중인 가운데 ‘수사가 불가하다’며 셀프 결론을 내렸다”는 말이 나온다.



경찰 “혐의 여부 결론 내릴 상황 아냐"



반면 경찰은 “현재 혐의가 있다, 없다고 결론을 내릴 상황이 아니다. (민원) 서류를 꼼꼼하게 검토한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모든 수사력을 동원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조사하겠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이를 놓고 대전 지역 법조계 안팎에선 "현직 국회의원이 경찰 수사와 관련해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것은 수사에 압박을 줄 수도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황 의원이 대전경찰청장을 지낸 경찰 출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우려의 목소리다. 판사 출신인 대전지역 한 변호사는 “식사 모임과 관련해 목적과 금액, 결제한 사람, 정산 여부 및 시점에 따라 얼마든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의혹의 실체는 수사를 통해 밝히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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