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대전경찰청, 민원 접수·관련자료 검토 중
황운하 국회의원(대전 중구)이 지난해 5월 29일 대전시 유성구 라온컨벤션호텔에서 열린 대전지역 제21대 국회의원 당선 축하 예배에 참석해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 의원은 지난달 26일 저녁 대전시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전직 대전시장, 후원회장인 기업인과 함께 식사했다. 닷새 뒤인 12월 31일 기업인(대전 847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밀접 접촉자였던 황 의원도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지만 잠복기 때문에 자가격리를 했다. 함께 있던 전직 시장은 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황 의원의 식사 모임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 이른바 ‘테이블 쪼개기’를 비롯한 방역수칙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식사 당시 같은 방(룸) 옆 테이블에 있던 3명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장 조사에 나선 대전 중구청은 “황 의원 일행은 금지 사항을 위반하지 않았고, 방역 절차상 큰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
국민신문고에 "방역수칙 및 김영란법 위반 조사" 민원 접수
대전 중구청의 발표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7일에는 국민신문고에 ‘황운하 의원 일행의 감염병예방법 및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옆 테이블 손님 중 일부가 지인이었던데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같은 방에서 식사하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12월 26일 황운하 국회의원(대전 중구)과 전직 대전시장, 황 의원의 후원회장(기업인) 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했던 대전 중구의 한 식당 실내모습. [사진 대전 중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당시 황 의원 테이블의 식사비용(15만~16만원)은 동석했던 기업인이 결제했다. 황 의원은 중앙일보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내 몫(5만원)을 현금으로 기업인에게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계산방식이 ‘관행’이라는 취지의 해명도 했다.
━
"민원인 주장 사실 아냐, 수사 요건 충족하지 않아"
경찰은 민원을 황 의원 지역구인 대전중부경찰서에 배당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상급기관인 대전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관련 서류를 검토 중이다. 제기된 민원이 수사 대상인지를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법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즉시 수사로 전환한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무혐의인지, 혐의가 있는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황 의원이 보도자료를 낸 시점은 사건이 대전경찰청으로 이첩된 직후다. 그는 자료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방역수칙 위반과 관련해서는 대전시청과 중구청에서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낸 사안”이라고 말했다.
황운하 국회의원(대전 중구)의 방역수칙 위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민원을 접수한 대전경찰청이 관련 자료를 검토 중이다. 신진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황 의원은 “민원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설사 모두가 사실이라도 가정하더라도 이는 과태료 부대 대상이 명백하다”며 “범죄 혐의를 전제로 하는 ‘수사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경찰이 민원서류를 검토 중인 가운데 ‘수사가 불가하다’며 셀프 결론을 내렸다”는 말이 나온다.
━
경찰 “혐의 여부 결론 내릴 상황 아냐"
반면 경찰은 “현재 혐의가 있다, 없다고 결론을 내릴 상황이 아니다. (민원) 서류를 꼼꼼하게 검토한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모든 수사력을 동원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조사하겠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이를 놓고 대전 지역 법조계 안팎에선 "현직 국회의원이 경찰 수사와 관련해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것은 수사에 압박을 줄 수도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황 의원이 대전경찰청장을 지낸 경찰 출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우려의 목소리다. 판사 출신인 대전지역 한 변호사는 “식사 모임과 관련해 목적과 금액, 결제한 사람, 정산 여부 및 시점에 따라 얼마든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의혹의 실체는 수사를 통해 밝히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