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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경기 죽을 맛인데 세금폭탄"…세금 불복청구 역대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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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세금 폭탄'에 불복해 조세심판을 청구한 사례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세심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조세심판 청구 및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누적된 조세심판 사건은 총 1만5839건으로 전년도 1년 치 사건 1만1703건보다 3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조세심판원 설립 이후 역대 최대 심판 청구 건수이자, 최대 증가폭이다.


과세불복 하루 60건…누더기 부동산세제 탓


조세심판 청구 역대 최다

2018년 9·13부동산 대책 후
무리한 과세로 불복 3배로
지방세 10건중 4건 정부 패소
"불명확한 세법에 국민만 피해"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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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에 사는 A씨는 3년 전 자신이 소유하던 면적 645㎡ 단독주택을 자녀에게 양도한 후 농어촌주택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주택분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해당 주택 양도 이전 항공 사진을 추적해 인접한 토지에 조경수가 식재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마당으로 간주해 양도세를 부과했다. 해당 토지 면적을 포함하면 비과세 면적 기준인 660㎡를 초과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작년 4월 "세금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조세불복 심판을 청구했다. 조세심판원은 최근 결정문에서 "위성 사진만으로 증거가 부족하다"며 부과된 양도세를 취소 결정했다.

이 같은 과세불복과 정부의 조세심판 패소 사례가 현 정부 들어 두드러지게 늘었다. 문재인정부 들어 24차례 부동산 대책 발표가 이어지며 부동산 관련 세제가 1년 사이에도 수차례 개정된 것이 주된 이유다. 또 국민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면서 과세 처분에 승복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특히 '9·13 대책' 등을 거치며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한층 더 강화됐던 2019년에는 양도세 관련 심판이 1439건까지 치솟으며 불복 청구 급증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가구 1주택 비과세는 예외가 많고 복잡해서 자칫 실수하면 중과세에 가산세 폭탄이 날아올 수 있었던 탓이다. '누더기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는 일선 세무사들조차 큰 혼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특히 양도세는 거주 기간, 매각 시점, 취득 시점, 임대소득자 등록 시점에 따라 세액 편차가 커지는 데다 각각의 세부 요건에 따른 양도세 비율도 대책 발표 시점에 따라 달라져온 바람에 '양포 세무사(양도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도 등장했다.

양도세뿐만 아니라 취득세 등 지방세 사건도 2016년 1808건에서 2019년 기준 5243건까지 늘었다. 작년에는 11월까지 4870건이 청구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세불복이 증가한 이유는 높은 세 부담 때문만이 아니라 근거가 불명확한 과세 또는 법령 해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며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세법을 만들고 개별 사안에 대한 과세당국의 명확한 해석이 이뤄진다면 조세불복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부터는 부동산 거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세 부담이 크게 무거워지며 이와 관련한 조세 분쟁도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집을 보유하며 내는 종합부동산세,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세,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가 한꺼번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 은행세무팀 관계자는 "집값 과열 속에 세무당국이 예전보다 엄밀한 잣대로 양도세·증여세 등 세금을 추징하고 과세 요건을 판단하면서 부과된 세금에 불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불복 신청이 몰리면서 그동안 70%대였던 조세심판원의 청구 사건 처리율은 작년 50%대로 떨어졌다. 납세자로선 심판 결과를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취득세 등 지방세와 양도세는 작년 11월 기준 인용률(납세자 승소)이 각각 43.9%, 20.5%에 달했다. 조세 분쟁 가운데 지방세는 10건 중 4건, 양도세는 5건 중 1건을 정부가 패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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