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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교사보다 흡연자 먼저? 백신 부족 美, 우선순위 싸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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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일부 병원, 물량 부족에 접종 중단

뉴저지주 등 교사보다 흡연자 먼저 논란

바이든 "참담 실패, 취임 뒤 1억회분 접종"

전문가 "접종 뒤처진 韓, 철저한 계획 세워야"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접종 초기엔 백신 접종 속도가 배포량에 한참 못 미치더니 시간이 갈수록 일부 주에선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접종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고, 2차 접종도 시작되면서다. 주마다 차이가 있는 접종 우선순위를 놓고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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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에 있는 디즈니랜드에 백신 접종소가 설치돼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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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백신 확보는 연방정부가 했지만, 실제 접종 관련 행정은 각 주정부가 맡고 있다. 또 주정부는 이를 민간 병원 등에 일임해 전반적으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15일(현지시간) 지금까지의 백신 배포 상황에 대해 "참담한 실패"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취임 뒤 100일 동안 1억회 분을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 한국도 미국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한 접종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조언한다.

더군다나 한국은 접종 시작이 미국보다 두 달 넘게 늦은데다가, 당국이 집단면역 도달 목표 시점을 올 11월로 삼은 상황이라 일정이 촉박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4일 백신 접종을 개시한 미국은 당초 지난해 연말까지 2000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백신을 1회 접종받은 사람은 1059만5866명, 2회 맞은 사람은 161만524명에 불과하다. 목표 시점에서 15일이 지나 목표치의 절반을 달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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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캘리포니아주에서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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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백신 물량 부족으로 뉴욕의 일부 의료 기관들에서 백신 접종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뉴욕대 병원 관계자는 "주정부가 백신 공급을 확정해 주지 않아 신규 접종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마운트시나이 병원 측은 "백신 공급의 갑작스런 변화 때문에 19일까지 백신 (접종) 예약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일주일에 10만회 분 정도로 미비한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면서 "다음 주가 되면 백신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버몬트·미시간·사우스캐롤라이나·뉴저지·오리건주에서도 백신 부족 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처럼 백신 '품귀 현상'이 빚어지다보니 '누가 먼저 맞느냐'를 놓고 사회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뉴저지주와 미시시피주 등에선 흡연자가 우선 접종 대상자로 지정되자 이들보다 후순위로 밀려난 교사 등 필수 직종 인력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CDC는 65세 이하라도 흡연자는 조기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중증 증상을 앓을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미국에선 주정부가 구체적인 우선 접종 대상자 선정에 재량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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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매사추세츠주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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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흡연자를 교사 같은 필수 인력보다 우선시한 조치가 일각에서 비판받고 있다"고 전했다. 뉴저지주 버건카운티교육협회(NJEA)의 슈 맥브라이드 회장은 "교사들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점에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커뮤니케이션 국장 스티브 베이커는 "애초부터 우리는 교육자들이 우선적으로 백신을 맞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왔다"면서 "이는 대면 수업으로의 안전한 복귀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테이트 리브스 미시시피 주지사는 "응급의료 요원, 경찰관, 소방관, 교사들에게 분명히 (접종) 하겠다"고 말했다. 도나 루스너 뉴저지주 보건국 대변인은 "교사들도 다음 백신 접종 대상자에 포함돼 있다"면서도 "다만 보건 관리들은 흡연이 주민들에게 보건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목표는 최대한 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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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취임 뒤 백신 접종 계획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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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인 취임 뒤엔 백신 접종에 대한 연방정부의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15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한 연설에서 "연방이 지원하는 지역사회 백신 접종소를 설립하고, 노숙자 보호소, 교도소, 지적·발달장애인 센터와 같은 고위험 환경에서도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해 민간 업체를 통해 백신 접종에 필요한 주사기와 바늘, 유리병과 각종 장비의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은 물량 확보, 유통, 대규모 접종, 접종 뒤 안전성 모니터링, 집단면역 달성 등으로 이어지는 길고 긴 여정"이라면서 "미국처럼 백신을 생산하고, 진작 확보한 나라에서도 이런 혼란이 발생하는 만큼 한국도 물량 확보, 우선순위 선정, 접종소 확보 등에서 치밀하고,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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