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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법리오해’ 법무부 장문 입장에…검사들 “압색 앞두고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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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박상기 장관이 직권 출금한 셈 치자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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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3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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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형사 3부(이정섭 부장검사)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수사 착수 사흘 만인 지난 16일 법무부가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이라는 장문의 입장문을 낸 것을 두고 "수사를 막으려는 시도"라고 검찰이 반발하고 있다. 조만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법무부가 미리 결론까지 제시한 건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무혐의' 사전 결론 제시해 강제수사 앞둔 檢 압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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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 이 검사는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엔 이미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2013년 사건번호를, 승인 요청서에선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란 사건번호를 적었다.[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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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법무부는 5페이지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법무부의 긴급 출금 조치가 법적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거나 불법이었다는 주장은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을 안양지청에서 수원지검에 재배당한 지 사흘 뒤 법무부 입장문을 주말인 토요일에 낸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법무부는 지난 13일과 14일에도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이때는 법무부 부처 명의 공식 입장이 아닌 이용구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부 차관)과 김태훈 당시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현 법무부 검찰과장)의 입장을 대신 전달하는 형식이었다. 김 전 차관 출금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이규원 검사가 김 과장을 통해 '대검 명의의 긴급 출금 요청'을 추진하려다가 대검 기획조정부(기조부) 연구관(검사)들이 "위법한 절차"라고 반발하면서 무산됐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입장을 낸 것이다. 이 차관도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을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자 해명에 나섰다.

그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저녁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배당하자 법무부도 전면에 나섰다. 일선 검사들은 막 수사 착수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지시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 청구에도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한 검찰 간부는 "압수수색과 체포 영장 청구는 법원이 판단해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법무부가 전면에 나서면 법원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아무리 수사팀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해도 인사권을 쥔 법무부가 개입하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상기 장관 직권 출금, 부담돼 포기하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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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2일 뇌물 및 성접대 혐의와 관련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마중 나온 한 여성의 보호를 받으며 귀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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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입장문에서 내세운 논리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부는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일부 절차와 관련한 논란은 출입국관리법상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일반) 출금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점에 비춰볼 때 부차적인 논란에 불과하다"고 했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2항, "법무부 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는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든 것이다.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범죄수사를 위해 장관이 직권 출금을 하더라도 범죄수사의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2019년 3월 당시 법무부는 내부 회의를 거쳐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직권 출금 여부를 검토했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하지 못 했다고 한다.

장관 직권 출금 절차가 언뜻 간단해 보여도 사후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피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도 16일 입장문에서 "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한지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통상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해당자의 ‘출국의 부적당 여부’를 판단해 출국금지가 이루어진다"고 적은 이유다.

이에 검찰 고위 간부는 "법무부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어떤 목적(긴급 출금) 달성을 위해 다소 번거로운 A 절차(수사기관 요청)와 쉬운 B 절차(장관 직권)가 있는데, A 절차를 택해 명백한 불법을 저질러놓고 'B 절차로 한 셈 쳐도 되지 않느냐'는 건 억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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