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바이든 내각, 주류가 소수파 됐다... 장관급 26명 중 백인 남성은 8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바이든 취임식 D-2 / ‘캡틴 아메리카’ 이끌 첫 내각은]

“가장 미국과 가까운 내각” 호평 속 ‘오바마 정부 재탕’ 지적도

조선일보

(윌밍턴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인수위원회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더 퀸' 극장에서 자신이 이끌 행정부의 과학팀 각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최고 권력층의 얼굴이 ‘백인 남성’인 시대는 갔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지난 두 달여간 꾸린 초대 내각 진용의 면면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부통령과 각 부처 장관 16명, 그리고 백악관 비서실장, 무역대표부 대표를 비롯한 장관급 고위직 인사 10명 등 26명을 분석한 결과, 미국의 주류 기득권층이었던 ‘백인·남성’이란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이는 9명뿐이었다.

바이든이 단행한 가장 중요한 인사이자 첫 번째 인사는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자리에 50대 여성이자 흑인인 카멀라 해리스를 낙점한 것이었다. 해리스는 사상 첫 여성이자 흑인 부통령이다. 바이든은 재무장관과 상무장관 등 ‘경제 투톱’에도 재닛 옐런과 지나 레이몬도 등 여성을 발탁했다. 여성인 내무장관 후보 뎁 할랜드는 인준 시 사상 첫 원주민 출신 장관이란 기록도 갖게 된다. 장관·장관급 26명 중 여성이 12명으로, 하나같이 핵심 포스트에 포진됐다. BBC는 1990년대 이래 정부 첫 조각 때마다 여성 장관이 5명 이하였던 데 비해, 바이든 정부에서 역대 최다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이제 미국 내각은 더 이상 ‘보이(boy) 클럽’이 아니다”라고 했다.

내각 후보 중 38세 최연소로 교통장관에 지명된 피트 부티지지는 백인 남성이지만 미 역사상 첫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장관이 될 전망이다.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관은 인준 시 첫 흑인 국방장관이 된다. 바이든 측은 이처럼 수많은 ‘최초’ 타이틀을 단 이들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최초들의 내각(Cabinet of Firsts)’으로 불린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도 “여성과 유색인종의 파워가 커지고 성소수자들이 전면에 등장한 미국의 인구·사회적 구성과 가장 가까워진, ‘미국처럼 보이는’ 내각”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성별과 인종, 성적 지향에서 마이너리티(minority·소수성)의 요소를 갖지 않은 이들은 ‘소수자’가 됐다. 부통령·장관 16명 중 이런 이들은 단 5명이다. 2017년 트럼프 정부 출범 시 장관 15명 중 백인 남성이 아닌 이는 여성 두 명, 유색인종 2명 등 단 4명이었던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트럼프 때의 여성·유색인종 장관은 대부분 비(非)핵심 부처여서 구색 갖추기에 가까웠다.

바이든 캠프는 민주당 경선 당시만 해도 백인 남성 위주로 구성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인종 차별 반대 시위로 폭발한 인종 갈등,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백인·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염증이 커지면서 바이든이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여기게 됐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본인부터 트럼프와 똑같은 고령의 백인·남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색깔을 확 바꾸는 인사로 새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내각 구성이 향후 바이든 정권의 정책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바이든 내각의 백인·남성의 면면을 보면 이들이 정부 내의 강고한 이너서클(내부 핵심층)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 톰 빌색 농무, 마틴 왈시 노동, 데니스 맥도너 보훈장관과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등은 하나같이 바이든의 분신과 같은 수십년 지기(知己)들이다. 주요직에 소수자를 임명하라는 민주당 안팎 진보 진영의 거센 압박을 감수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오바마 사단’의 귀환도 눈에 띈다. 바이든이 부통령을 지낸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인사들이 그대로 중용된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재탕 내각(retreads)’이란 말도 나온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오바마 때 국무부 부장관, 마요르카스는 국토안보부 부장관이었다가 이번에 그대로 장관이 됐다. 맥도너 보훈장관 후보는 오바마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중용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빌색 농무장관 지명자는 오바마 정부 때도 농무장관을 지냈다. 옐런 재무장관 후보는 오바마 정부 시절 연준의장을 지냈고, 법무장관 후보인 메릭 갈런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였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