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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전쟁터 같은 워싱턴 처음” 내셔널몰 폐쇄, 취임 리허설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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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앞두고 폭력시위 예고 비상

군인 1만명 깔리고, 역 13곳 폐쇄

트럼프는 취임식날 별도 이임식

에어포스원 사용, 핵가방도 동행

바이든, 트럼프 지우기 속도전

이민·기후 정책 등 곧 발표 예정

중앙일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주방위군과 경찰.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의 경계 태세가 크게 강화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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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에서 워싱턴DC로 가는 495번 고속도로에서 경찰 추격전이 벌어졌다. 짐칸에 성조기를 단 픽업트럭을 불러 세우기 위해서였다. 오는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폭력 시위를 예고한 극우 세력일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워싱턴으로 진입하는 도로 곳곳에는 교통경찰이 배치됐다.

링컨기념관~워싱턴기념비~의사당으로 이어지는 내셔널 몰은 팬데믹 중에도 주말에는 관광객이 몰려 도로변에 차 세울 곳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은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만 있었다. 워싱턴 곳곳이 폐쇄되고 군인만 가득한 ‘계엄령 취임식’을 방불케 한다.

대통령 비밀경호국 요청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취임식 다음 날인 21일까지 내셔널 몰 지역 대부분이 폐쇄됐고, 주변엔 2m 높이의 철책이 쳐졌다. 대통령 취임식을 연구한 역사학자 짐 벤댓은 “의사당 서쪽 입구에서 취임식을 열기 시작한 1981년 이후 내셔널 몰이 폐쇄된 것은 처음”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이번 취임식은 2차 세계대전 때인 1945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의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워싱턴에선 시내 지하철역 13곳이 폐쇄됐고 인근 주에서 들어오는 주요 교량 4곳도 통행이 차단됐다. 일반 차량은 운행이 불가능해졌고, 주방위군을 실은 군용 차량만 시내로 들어오고 있다. 현재 1만 명 수준인 주방위군은 19일 밤까지 2만5000명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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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으로 둘러싸인 워싱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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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폭도 난입 이후 의사당 주변 2㎞ 도로엔 2m 높이의 철책이 쳐졌다. 이틀 전부터는 면도날을 방불케 하는 날카로운 날이 달린 ‘레이저 와이어’까지 펜스 위에 얹었다. 중학교 교사 스콧 크레이그는 “워싱턴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이런 전쟁터 같은 모습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초 17일 의사당에서 열려던 취임식 리허설은 연기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취임식 후 워싱턴 지역이 정상(normal)으로 돌아가느냐”는 질문에 “뉴노멀(New Normal)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중 철책과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총 든 군인이 무리 지어 시내를 다니는 생경한 모습이 워싱턴의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바이든 취임식이 열리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외곽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별도의 성대한 이임식을 열 계획이라고 NPR과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마지막으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플로리다로 향할 예정인데, 그 직전 비행장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열 것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레드 카펫을 깔고, 군악대가 연주하고, 임기 4년간 성과를 나열하는 연설을 할 수도 있다고 CNN은 예상했다. 대통령 의전곡으로 쓰이는 ‘대통령 찬가(Hail to the Chief)’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누리는 마지막 행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 찬가가 국회의사당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연주되면 이번 대선이 불복이라는 오점으로 얼룩진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트럼프는 대통령 권한이 넘어가는 20일 정오 이후 에어포스원을 사용하려면 바이든의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그 전에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수행원은 핵가방을 들고 에어포스원에 탑승한다. 다른 핵가방 하나는 바이든에게로 가고, 이날 정오에 비밀번호가 바뀐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바이든이 취임 후 열흘간 행정명령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국정 어젠다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는 메모를 신임 백악관 참모진에게 보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클레인은 바이든이 취임 10일 이내에 대처할 4가지 과제로 코로나19, 경기 침체, 기후변화, 인종 불평등 대응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바이든이 취임 첫날 10여 개의 조처에 서명할 계획이다.

바이든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연방정부 시설 안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진단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지난 15일 “(백신 배포는) 참담한 실패”라며 “취임 뒤 100일 동안 1억 회분을 접종하겠다”고 밝혔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시했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첫걸음으로 취임 첫날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할 계획이다. 또 일부 이슬람 국가에 적용한 입국 금지도 풀겠다고 했다. 이 밖에 미국 제품 구매 독려를 위한 ‘바이 아메리카’ 강화, 형사사법 제도 개혁 방안, 저소득·유색인종 등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 접근권 확대, 이민·국경 정책 개선 등 지지층이 기대하는 정책을 열흘 동안 매일 한두 가지씩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취임 후 열흘 속도전이나 100일 계획에 외교 관련 정책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임기 초반에는 국내 과제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한반도 문제는 뒷순위로 밀려날 전망이다.

워싱턴=박현영·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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