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연초부터 집값 들썩, 강남엔 5개월새 10억 뛴 곳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작년 고강도 규제 이전 수준 상승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예년 수준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보다 높아

금리 인상 등 오름세 변수 가능성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계약 이후 바로 들어가 사는 실거주 목적으로만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연초 아이파크 전용 145㎡가 50억원에 팔렸다.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0억원 안팎에서 비슷하게 유지된 가격이 지난해 말을 넘기며 5개월 새 10억원 올랐다.

새해 벽두부터 집값이 거침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7%로 지난해 6~8월 정부가 3차례나 쏟아낸 고강도 대책 직전 수준까지 올라갔다. 새해 들어 2주간 아파트값이 전국 0.52%, 서울 0.13% 올랐다. 연초 2주간 상승률로 전국은 2011년 이후, 서울이 2018년 이후 가장 높다.

중앙일보

2년 계약 만기 돌아오는 전·월세 건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 규제가 힘을 잃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10가구 중 하나꼴로 매매가격이 15억원을 초과했다. 정부가 15억원 초과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2019년 12·16대책 전(10%)과 같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예년 수준으로 늘었다.

연초 열기 덕에 올해 전망도 자연 강세 쪽이다. 지난해 집값을 달군 요인들이 올해도 그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유동성, 초저금리, 매물 잠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듯 온갖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해 주택 구매), 전세난 등이다.

중앙일보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높아진 전·월세 계약갱신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올해 더욱 심해질 전세난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연초부터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2주간 전국 0.51%, 서울 0.26%)이 매매가격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전세 매물 품귀가 악화할 전망이다. 2019년 성사된 전·월세 계약 전국 195만건(확정일자 신고 기준)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대부분 임대료를 5%만 올려주면 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원할 것으로 예상돼 기존 전셋집에서 나올 매물이 많지 않다.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계약 갱신율이 지난해 11월 기준 70.3%였다. 갱신청구권 시행 이전(57.2%)보다 13.1%포인트 올라갔다. 계약갱신청구권 효과로 25만가구가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잠긴다.

올해 새로 입주하는 주택이 줄어든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이 42만4000가구로 지난해보다 5만2000가구 적다. 서울에선 1만2000가구 감소한 올해 6만8000가구다.

중앙일보

주택 입주 물량.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존 집과 새로 들어서는 주택에서 모두 전세 매물이 줄며 전셋집 매물이 급감했다. 부동산사이트 아실에 따르며 올해 1월 평균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1만8000건으로 지난해 1월(5만건)보다 60% 넘게 감소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주택공급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올해 수급 불일치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동반 급등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세난은 전세 수요 일부가 매매로 전환하면서 매매시장도 자극한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서울 주택 매수자 중 무주택자 비율이 60%로 2분기(51.6%), 3분기(52.8%)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전셋집을 구하지 않고 집을 산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보유세 강화 등으로 다주택자가 위축되고 무주택자와 집을 갈아타려는 1주택자 등 실수요가 집값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의 발목을 잡을 변수도 올해부터 두드러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서 금리가 오를 수 있다. ‘영끌’엔 직격탄이다. 현재 금리가 워낙 낮아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대출이자 부담은 훨씬 커진다.

초저금리가 아니고선 버티기 힘들 정도로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라 구매력이 바닥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중간 주택가격이 중간소득의 15.6배다. 2008년 조사 이후 역대 최고다. 3년 전인 2017년 9월만 해도 11.4배였다.

급증한 가계부채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기 힘들 정도로 전셋값이 오른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도 슬금슬금 나온다. 집값 약세기 때 등장하는 현상이다.

다주택자가 아직은 매도보다 보유나 증여를 선호하지만 올해 종부세가 현실화하면 매도로 기울 수 있다. 지난해 고가주택 가격 급등에 공시가격 현실화, 종부세율 인상 등이 맞물려 올해 종부세가 급등할 전망이다.

과거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함께 뛴 때는 주택시장 꼭지였고 머지않아 약세장이 나타났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 상승률이 각각 13.06%, 12.25%였다. 둘 다 10% 넘게 오른 때가 올림픽 뒤인 1990년 전후, 외환위기 뒤인 2000년 전후, 노무현 정부 때 집값이 절정에 달했던 2006년이다. 그 뒤 1990년대 중반 수도권 1기 신도시 대규모 입주 영향으로, 2008년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서울 집값이 3~4년씩 약세였다.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처럼 6년간 연속해서 오르고도 또 10% 넘게 상승한 적은 없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코로나가 그랬듯 올해 뜻밖의 변수가 시장을 예상친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며 “시장이 지금처럼 계속 움직일 것으로 낙관하기엔 리스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