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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비만 잣대 일률적 적용은 무리성장 속도, 허리둘레 감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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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량지수(BMI)의 한계

비만 여부를 판단할 때 흔히 체질량지수(BMI·㎏/㎡)를 사용한다. BMI가 높을수록 지방량이 많고, 이로 인해 만성질환·암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는 점은 상식처럼 통한다. 하지만 BMI도 허점은 존재한다. 성장기 소아·청소년이나 말랐지만 배는 나온 ‘마른 비만’은 BMI의 정확도가 낮다. 노인의 경우 다소 뚱뚱할 때 사망률이 낮은 ‘비만의 역설’도 관찰된다. BMI의 한계점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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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BMI 백분위 수로 비만도 측정 불편

소아·청소년은 키와 체중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계속해서 몸집이 커지긴 하지만 키·체중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만 2세부터 2~4년간은 키가 빨리 자라지만 체중은 늘지 않아 전체적인 BMI가 감소하는 현상(BMI 리바운드)이 관찰된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심영석 교수는 “키가 고정된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변수가 많아 BMI의 절댓값만으로 비만도를 측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소아·청소년의 비만도는 BMI가 아닌 BMI 백분위 수로 측정한다. 연령·성별이 같은 또래를 BMI 기준으로 1위부터 100위까지 세워 상대적으로 비만한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85~94번째에 속하면 과체중, 95번째 이상이면 비만이다. 다만 가정에서 BMI 백분위 수로 자녀의 비만을 관리하는 부모는 드물다. 5세 아들을 키우는 김정아(41·여)씨는 “1개월마다 11개씩 쪼개진 BMI 백분위 수를 보며 아이의 비만도를 체크하는 게 불편하다”며 “또래보다 뚱뚱해 보이거나 정기검진을 할 때 확인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어릴 때 BMI는 향후 비만 위험을 판단하는 ‘가늠자’다. 독일 연구팀이 0~18세 소아·청소년 5만1505명을 조사했더니 3세·5세 때 비만인 아이의 각각 90%, 53%가 청소년기(15~18세)에도 비만으로 조사됐다(NEJM, 2018). 심영석 교수는 “어릴 때 뚱뚱하면 비만세포가 증가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호르몬 교란으로 최종 키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BMI 백분위 수가 복잡하다 보니 단순히 겉모습으로 비만을 판단하는 부모가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주목받는 비만 수치가 체중을 키의 세제곱으로 나눈 TMI(kg/㎥)다. 이유는 첫째, 변동 폭이 작다. 우리나라 사춘기(10~18세) 남녀 청소년의 경우 BMI상 비만은 각각 23~27, 22~25로 구간이 넓지만 TMI는 16~17 정도에 국한된다. 성인처럼 단순 계산으로 비만 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둘째, 체지방량·콜레스테롤 등 대사 위험을 더욱 잘 반영한다. 2017년 미국 의학협회 소아과학회지에 실린 연구결과, 체지방량으로 볼 때 비만이 아닌데 비만으로 오진한 비율이 BMI 백분위 수는 20%, TMI는 8.4%로 TMI의 정확도가 더 높았다. 국내 청소년 9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임상내분비학회지, 2020)에서도 TMI가 BMI보다 콜레스테롤·중성지방과 더욱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영석 교수는 “BMI는 지난 100년간 수많은 연구로 통계적 연관성이 검증된 비만 수치”라며 “검사·해석이 쉬운 TMI도 연구가 쌓이면 향후 BMI를 대체하는 비만 수치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른 허리둘레 비만 기준은 남 90㎝, 여 85㎝

이영호(36)씨는 지난 1년간 체중을 8㎏ 감량했다. 바지 치수는 34인치에서 32인치로 줄었고 5㎞ 달리기도 거뜬할 만큼 체력이 향상됐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BMI 24.7로 과체중이다. 이씨는 “건강검진 결과는 모두 정상인데 BMI만 비정상”이라며 “다이어트를 더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성인 비만 기준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 한국은 BMI 25 이상, 미국을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는 30 이상을 비만으로 평가한다. 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더 낮은 BMI에서 체지방률이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인종 간 차이를 고려해도 체중으로 15㎏(BMI 5에 해당) 정도의 차이는 과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는 “2004년 WHO가 체지방률을 토대로 과체중·비만 범위를 검토한 결과 인종별 차이는 BMI 1~3 정도에 불과했다”며 “이에 따라 일본은 이미 수년 전 정상 체중 기준을 남녀 각각 BMI 27.7과 26.1로 상향했는데 우리나라만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비만인 사람이 정상 체중보다 장수하는 이른바 ‘비만의 역설’도 엄격한 비만 기준과 관련돼 있다. 실제로 동아시아인 114만여 명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평균 9.2년 동안 비만과 사망 위험의 관련성을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중국·일본인은 BMI 22.6~27.5일 때 사망 위험이 가장 낮았다(NEJM, 2011). 30세 이상 만성질환자 1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플로스원, 2015)에서도 저체중·정상 체중에 해당하는 사람은 과체중·비만보다 사망 위험이 두 배가량 높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체중에 따른 사망률 편차가 컸다. 조정진 교수는 “BMI는 체지방량 외에도 근육량이 많을수록, 영양 상태가 좋을수록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BMI만 보며 ‘정상 체중’을 쫓다간 체력·면역력이 떨어지고 각종 질병의 위험이 커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체중 관리를 시작할 때는 BMI와 체내 지방량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때 도움이 되는 비만 수치가 체지방률·허리둘레다. 체지방률은 전체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로 남성 25%, 여성 30% 이상은 비만에 해당한다. 체성분분석기를 이용하거나 병원에서 X선 검사(덱사)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허리둘레가 남성 90㎝, 여성 85㎝ 이상이면 비만이다. 아래로 처지는 피하지방과 달리 내장 지방은 복강에 둘러싸여 위로 볼록 튀어나온다. 내장 지방은 만성질환은 물론 사망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꾸준히 추적·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바지 허리띠를 매는 부위보다 약간 위, 배꼽과 골반의 중간을 재는 것이 정석이다.

■ Tip. 비만도 평가하는 법

BMI -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 23~25는 과체중, 25 이상은 비만

TMI - 체중(㎏)을 키(m)의 세제곱으로 나눈 값. 16~17이면 비만에 해당

체지방률 - X선 검사나 체성분분석기로 측정. 남성 25%, 여성 30% 이상은 비만

허리둘레 - 배꼽과 골반 사이를 측정한 값. 남성 90㎝, 여성 85㎝ 이상은 비만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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