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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플랫폼기업들 “기업 현실 외면한 이익공유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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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코로나 수혜 여부 단정 못해… 적자 감수한 투자-노력 감안해야”

野 “피해 업종에 대한 보상 먼저”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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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을 중심으로 이익공유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첫 번째 대상으로 거론되는 플랫폼 기업들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여권은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쿠팡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린 이른바 플랫폼 기업을 이익공유제 우선 적용 대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등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량이 늘어나 매출이 증가한다고 해서 회사의 이익이 그만큼 증가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의 경우 대부분 음식점주들은 거래주문 건수와 상관없이 매달 8만8000원을 내는 정액 요금제 기반이다. 배달 수요가 늘어 거래량이 는다고 해도 플랫폼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 것이다.

플랫폼 특성상 경쟁이 치열해 마케팅 및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수혜업체로 꼽히는 쿠팡의 경우 2019년까지 누적 적자만 4조 원대에 이르며 지난해에도 인건비와 낮은 마진 탓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도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 수익을 거둬간다’는 지적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시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엔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 수수료, 시스템 운영비용 등이 포함된 것인데 이 중 80%가 카드사의 몫”이라며 “오히려 플랫폼 경쟁에 투자를 많이 해 아직 적자상태”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익공유제로 국내 IT 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코로나19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인 해외기업들이 이익공유제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이익공유제는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해외 기업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익공유제 논의가 ‘플랫폼 기업들은 이익만 챙기고 고통분담을 하지 않는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미 자발적으로 상생에 나서고 있는데 이를 도외시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4월부터 네이버 스마트주문과 네이버페이 매장결제 수수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카카오는 코로나19 피해 복구에 20억 원을 기부했으며,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에게 최대 2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음식점주들이 낸 광고비를 되돌려주고, 점주들의 정책자금 대출 이자 중 50%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했다.

경제단체도 이익을 강제 배분하는 이익공유제는 기업의 혁신과 성장유인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코로나19 이익 산정이 불명확하고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선한 의도라도 기업 이익을 임의로 나눌 경우 경영진이 처벌받을 수 있고, 국내 기업만 이윤을 배분하는 역차별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기업 이익 배분에 대해선 “과거 투자를 지속해 적자를 감수한 기간을 무시한 채 코로나 특수만을 논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17일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상적인 정부라면 민간이 일궈낸 이익을 나누자며 생색 낼 것이 아니라 고통 받는 국민의 손실을 나누자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맞다”며 “‘이익 공유’보다 ‘손실 공유’”라고 주장했다. 반면 허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앞서 16일 “코로나19 시대의 이익공유제는 우리 사회 약자들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며 “이익공유제로 불평등 해소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건혁 gun@donga.com·신동진·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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